[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한 마디로 비유하면 '쓰나미 경제경보 대한 사전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해 최대한 재정을 보강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 소득기반 확충 등 민생안정 대책과 미래에 대비한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재정보강 방안 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내년 경제여건에 대한 정부의 암울한 전망이 짙게 깔려 있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 실질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예상치와 같은 2.6%에 그쳤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은 올해 전망치(4.0%)보다 낮은 3.8%에 불과하다. 취업자 증가는 올해(29만명)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26만명으로 예상했고, 경상수지도 올해(940억달러)보다 줄어든 820억달러로 관측했다.
우선, 대외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기재부는 "세계경제는 미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완만히 개선되겠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성장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공약 이행 정도와 효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등 선진국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취약 신흥국의 자본유출과 경제불안 가능성, 중국의 기업부채 증가, 부동산 과열 등 불안요인도 잠재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 뚜렷한 수출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간 성장을 근근이 지탱해온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 유가상승, 가계부채 상환부담, 구조조정 영향, 부동산 활력 약화 등이 중첩되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내수는 설비투자 반등에도 불구하고 소비·건설투자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구재 판매는 지난해 10.2% 성장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3%, 10월에는 0.6%로 고꾸라졌다.
가장 불안한 부분은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이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더욱 커졌다. 수출은 유가회복 등으로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중국 등과의 경쟁 격화, 해외생산 확대,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으로 물량 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내년 경제정책은 '경기·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거시정책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면서 21조원 이상의 재정보강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5년 평균 95.5%였던 재정집행률을 내년에는 96.5%로 1%포인트 높여 3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집행하는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재정집행률이 96.6%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는 오히려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공공임대주택, 뉴스테이, 송배전 지중화, 신재생에너지, 원전 내진보강 등에 공공기관 투자를 7조원 늘리고,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정산분 3조원을 내년 4월에 지자체에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정책금융을 8조원 늘리는 것도 보증확대 등에 치중돼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추경 편성'이 1분기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위해서는 추경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내년 1분기 실적을 보고 편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1분기 지표가 나오기 전이라도 행정부에서 사전에 준비할 것이 있는 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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