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앞둔 aT화훼공판장 경매 실적 올해 물량·거래액 전년 대비 각각 13%·17% 감소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빨간 꽃, 포인세티아 이 꽃은 크리스마스 때 한 번 나오는 꽃인데 올해 진짜 안 팔리네요. 물건 떼러 오시는 소매 손님들은 당장 내년에는 밥 먹고 사는 것부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시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오던 손님들이 20일에 한 번 오거나 아예 끊긴 사람도 있어요. 매년 안된다 안된다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 만했는데 이제는 진짜 안 되겠어요. 꽃도 생명이 있는 생물인데, 안 팔리면 시들어서 버려야 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장사가 너무 안되니깐 그만두고 싶은데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화훼공판장 생화도매시장(양재동 꽃시장)에서 17년째 꽃을 팔고 있는 김모(여·62)씨는 올해만큼 연말 장사가 안된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단지에 나가면 꽃 배송차들이 주문이 없어 그냥 서 있다"며 "꽃을 팔아야 그 돈으로 다시 꽃을 사는데 그럴 돈도 안 나와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진 양재동 꽃시장은 상인들의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북돋아 주는 트리와 장식물부터 선물로 인기를 누렸던 생화까지 전반적으로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그나마 사람이 많이 온다는 수·금요일 중 지난 21일 수요일 직접 찾아간 꽃시장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보다 상인의 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소매 수요가 줄다 보니 화훼 도매 거래량도 감소했다. 23일 aT화훼공판장 경매실적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이전 주인 지난 12~16일 화훼 거래 물량은 48만3000속으로 전년 동일 영업일 기준(2015년12월14~18일)보다 13% 감소했다. 거래액도 같은 기간에 비해 17% 감소한 224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20년 가까이 이곳 양재동 꽃시장에서 장사를 해 온 이기현(57·가명)씨는 "2000년 이후 매년 매출이 떨어져서 올해는 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반 소비자들이 안 사가니까 자연히 소매상들도 물건을 안 가져간다"며 "돈이 돌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재동 꽃시장 1층엔 생화, 2층엔 생화와 함께 조화 및 각종 소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20년 동안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소품 등을 판매해 온 이모씨는 "밖에 나가면 캐럴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면서 "분위기가 어두우니까 그 영향이 바로 꽃시장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씨는 크리스마스트리가 팔려도 소형 위주로 팔린다고 했다.
1층 도매시장 점포가 문을 닫는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상인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밤 12~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꽃시장 상인들은 1층은 오후 1시, 2층은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15년째 이곳 꽃시장을 지키고 있는 이모(여·62)씨는 "매출은 절반 정도 빠졌고 시장엔 손님이 없다"며 "우리는 경제만 살려주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새벽부터 우린 나와서 일하는데 정치인들이 정신을 안 차리니 우리가 무슨 힘이 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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