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한 임모씨도 한때 삼성맨·기내 보안요원제 도입해야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의 피해승객이 삼성전자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임원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이같은 봉변을 당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2시20분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에서 비즈니스석 승객 임모씨(34세)가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삼성전자 A전무(56세)에게 시비를 걸고 얼굴을 손으로 가격했다. 임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을 말리던 여승무원 2명의 얼굴과 배를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 D물산의 오너 아들인 임씨는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삼성맨이 현직 삼성 임원에게 '못된 짓'을 한 셈이다.
경찰조사 결과 임씨는 출장차 베트남 하노이에 갔으며 비행기를 타기 전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기내에서 주는 양주 2잔 반가량을 더 마시고 취해 사고를 쳤다. 임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공항경찰대에 인계됐고, 경찰은 항공보안법 위반ㆍ폭행 혐의등으로 임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항공보안요원(에어마셜)이 있었다면 사태가 쉽게 진정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항공보안법에는 기내보안요원을 객실승무원이 대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013년 포스코 라면상무 사건,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2015년 가수 바비킴의 승무원 추행ㆍ난동 사건 등 기내난동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평상시에는 일반 객실승무원처럼 활동하다 기내난동이나 테러 등 유사시 현장에서 사태를 제압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 보안요원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가 포승줄을 3번이나 풀어낼 정도로 승무원들의 대처가 미숙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여승무원들이 테이프로 임씨의 손을 묶었지만 스스로 풀었고, 그 뒤로 몇차례 포승줄로 자리에 묶었지만 화장실을 가겠다며 풀어달라고 한 뒤 다시 난동을 부렸다. 승무원들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까지 꺼냈지만 사용은 하지 못했다. 이렇게 임씨의 난동은 1시간 가량 이어졌고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이 기내난동 전력이 있고 음주상태임에도 비즈니스 승객인 임씨의 탑승 금지 조치에 적극 나서지 않는 등 기내보안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사들은 기내에서 난동을 벌인 승객의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임씨는 과거 기내난동 전력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항공기 탑승 전에 이미 음주상태였다.
항공보안법 23조 7항에 따르면 항공사는 음주로 인해 소란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탑승을 거절할 수 있고, 항공기 안전운항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탑승 당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탑승시켰다"고 해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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