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부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최씨를 포함한 주요 연루자들의 재판이 19일 시작된다. 재판은 국정농단 의혹의 한 축인 청와대 문서유출 정황이 담긴 태블릿PC의 증거능력 다툼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10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어서 오후 3시에는 같은 재판부 심리로 광고감독 차은택(47)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 등 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과 쟁점 등을 미리 정리하고 증거조사 등의 계획을 잡는 절차다. 피고인들은 보통 이 자리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일부만 인정한다면 어디까지 인정하는지에 관한 입장을 재판부에 밝힌다.
관심은 최씨가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로 집중된다. 특히 최씨가 사용했다는 태블릿PC의 증거채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의 연설자료 등 국정 관련 문건 수 십 건이 들어 있는 이 태블릿PC는 검찰이 내세울 '스모킹 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태블릿PC가 증거로 채택되면 앞으로 진행될 공판에서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국민 대다수가 품은 의혹은 사실로 확인될 공산이 크다.
최씨는 문제의 태블릿PC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주장하며 증거능력을 깎아내리는 데 주력해왔다. 이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의뢰해 감정을 해보자"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배척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이 태블릿PC의 사용 흔적이 최씨의 국내외 이동 경로와 일치하는 점을 이미 입증했기 때문이다.
최씨가 귀국 직전 태블릿PC를 포함한 각종 증거를 숨기고 정황을 조작하려한 사실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말로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다면 할 필요가 없는 행동이었던 만큼 재판부로 하여금 증거능력을 배척하게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를 포함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7권,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236건 등 폭발력이 큰 증거물들이 대거 증거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박 대통령의 공소사실을 검찰이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나갈 지도 관심이다.
한편 법원은 이번 재판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법정 내 150개의 좌석 중 80석을 '일반인 몫'으로 배정하고 지난 16일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교부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최씨 등이 이날 법정에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최씨 등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하고 청와대의 주요 기밀문건을 유출받아 국정에 개입ㆍ농단하거나 여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차씨 등은 최씨를 등에 업고 기업 지분강탈을 시도하는 등 이권을 둘러싼 각종 전횡을 일삼은 혐의로 역시 구속기소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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