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시장감시 강화 방침에도
지엔코·대성파인텍 등 평소 거래량 10배 껑충…주가도 폭등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거래일인 12일 증권시장에서는 또 다시 '대선' 테마주가 난립했다. 탄핵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지자, 정치테마주들이 기승을 떨치고 있다.
12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반기문 테마주'로 꼽히는 지엔코였다. 이날 지엔코는 탄핵안 가결 전날인 8일 거래량(459만주)의 10배에 가까운 4495만주가 거래됐다.
주가도 폭등했다. 탄핵 가결 전날 5300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가결 당일 8% 이상 올랐다. 탄핵 가결 후 열린 장에서는 상한가로 치솟으면서 7500원대로 점프했다. 지엔코는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외조카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12일 코스닥시장의 거래량 2위는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대성파인텍이었다. 대성파인텍은 탄핵 가결 당일부터 이틀 동안 평소 거래량의 10배가 넘는 3032만주, 3677만주가 거래됐다. 주가는 탄핵 가결 당일 상한가로 치솟아 2400원대를 기록, 다음날인 12일 다시 21.54%가 올라 300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대성파인텍은 참여정부 사정비서관 출신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임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테마주가 됐다.
코스닥시장 거래량 3위는 최근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테마주인 쏠리드가 차지했다. 12일 쏠리드의 거래량은 전 거래일 대비 8배 많은 1721만주였다. 주가는 8.12% 올라 4130원에 마감됐다. 쏠리드는 대표이사가 성남시 '창조경영 최고경영자 포럼'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탄핵 이후 이들 대권주자의 테마주 중 상승세가 눈에 띈 종목들이 여럿 있었다. 반기문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광림(29.93%)도 12일 전거래일 대비 거래량이 약 6배 늘었으며 이달초 5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가 7500원대로 뛰었다. 또 다른 테마주 성문전자(14.85%), 씨씨에스(13.24%)도 급등세를 보였다.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제약도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일부 인정한 첫 대국민 사과가 발표된 지난 10월 25일 1만3000원~1만4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1만8000원으로 폭등한 이래 급등락을 반복하다 탄핵안 가결 이후 1만9000원 턱밑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이 2017년 대선에 앞서 시장감시체계 강화 방침을 밝혔음에도 정치테마주의 난립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은 '테마주 등 이상 급등 종목 신속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세미나'를 개최하고 2017년 대선에 앞서 이상 급등 종목에 대한 집중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시장혼란을 방지하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대권 후보와 대학 동창이거나 본사가 대권 후보의 고향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테마주에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지난주 발표된 시행 관련 시장 조치 및 시스템 구축 등 다각도로 힘쓰고 있다"면서 "오늘(13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와 함께 시장불안요인과 대책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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