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시아블로그]간신(奸臣)의 시대

시계아이콘01분 13초 소요

[아시아블로그]간신(奸臣)의 시대
AD

"아빠, 공감형 리더십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수시 면접을 준비 중인 딸이 물었다. 서로의 의견을 듣는 것, 다른 생각을 조금씩 좁혀나가도록 노력하는 것,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리더십이라고 말해줬다. 말해주고 보니 씁쓸했다. 딸이 이어 묻는다.

"우리나라에서 공감형 리더십을 실천하는 구체적 사례가 있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대통령의 무능, 관료들의 무책임, 대기업 총수들의 뻔뻔함, 최순실의 국정농단 등으로 국가 전체가 분노와 상실의 시대를 겪고 있다. 재벌은 국민연금에 까지 마수(魔手)의 손길을 뻗어 이익만을 좇았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에게 국민은 없었다. 아마도 '개·돼지'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지금 대한민국에는 '간신(諫臣)'은 없고 '간신(奸臣)'만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불행은 여기서 시작했다. 리더가 잘못된 길로 가면 옳은 말로 지적해야 한다. 조선시대에 간신(諫臣)은 매우 중요한 직책이었다. 목숨까지 내놓으며 올곧은 말을 했다.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같은 간신(諫臣)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찾기 어렵다. '간사한 신하(奸臣)'만 가득한 곳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지난 9일 대통령이 탄핵됐다. 대통령만 탄핵 받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박근혜정권에서 임명된 장차관도 함께 탄핵 받았다고 봐야 한다. 대기업 총수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이 요구하면 돈부터 바치는 고질적 병폐는 여전했다.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돈을 건네고 돌아올 특혜만을 기대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기업 총수들은 그럼에도 번지르르한 얼굴로 청문회에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돈을 준 것에 대해)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전히 뉘우침이 없다. '권력은 5년이요, 재력은 무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 여실하다.


박근혜정권의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제시하자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물론 대기업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창조경제가 뭐지?'라는 토론과 근원적 물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박근혜정권 초기부터 '창조경제'의 모호성과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비판은 깡그리 무시됐다. 대기업과 1대1매칭으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만들었다.


'명령형 리더십'만 있다 보니 관료들은 받들어 충성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냉철한 '머리'가 돌아가야 하는데 생각 없는 '손발'만 비벼댔다. '5년 대통령제'와 '1인 총수 지배구조'로는 공감형 리더십이 설 자리는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이제 '사람'이 아닌 '시스템 개편'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그 누가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국민과 토론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같은 불행은 반복될 뿐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