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결별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 해체 주장에는 언급을 삼가면서도 전경련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추궁에 그러겠다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경련 탈퇴의사가 있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발언이 실제 전경련 탈퇴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전령련의 어제와 오늘을 있게 한 재계 서열 1위와 2위 기업총수의 이 발언은 현재의 전경련에 대한 재계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구본무 LG회장의 경우 미국의 헤리티재단과 같은 재계의 싱크탱크로의 변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모두 전경련이 더이상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불명예를 짊어지고 가서는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다.
전경련의 위기는 새삼스로울 것 없다. 2000년대부터 대내외 위상이 약해진 전경련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의 의혹이 '최순실게이트'로 번지면서 우군이던 보수쪽으로부터도 해체요구를 받아왔다.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9년 회장에 물러난 이후에는 회장을 맡겠다는 총수가 없어 구인난을 겪어 왔다.
이미 3연임을 한 현 허창수 회장(GS회장)은 이미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면 회장직을 내놓겠다고 했다.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끌어온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대기업 모금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거센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전경련 내부적으로 그린 전경련의 미래는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기존 회장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같은 3세들이 합류하면서 시대에 맞는 위상과 역할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결별선언은 그 파장과 영향력을 짐작해보면 전경련이 닥친 어느 위기보다 더 큰 위기다.
전경련의 앞날의 선택지도 매우 좁아졌다. 환골탈태 수준의 고강도 개혁, 발전적 해체 이후 새로운 재계 씽크탱크로의 재탄생, 그리고 무조건적인 해체 등 3가지다. 고강도 개혁을 하려면 개혁을 주도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전경련과 재계 인사에서 이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경련 스스로의 개혁은 무의미한 상태다. 경제단체의 특성과 재계의 대외 소통창구로서의 역할, 수 백여 임직원의 고용과 생계 등을 생각하면 무조건적인 해체도 답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전경련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경련이 갈 길은 발전적 해체와 재탄생이다.
새로운 전경련은 재벌만의 이미지에 갇혀선 안된다. 국가와 국민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으로 거듭나야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작업을 주도해야 하는 것도 전경련과 총수들이라는 것이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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