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노미란 기자] 유럽연합(EU)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 한 차례 큰 격동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극우 성향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맞이하는 고비는 넘기게 됐다.
◆일희일비(一喜一悲) EU= 이날 실시된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부결된 것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포퓰리즘과 극우 성향 정당에 밀린 결과로 해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반(反) 이민ㆍ반 세계화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은 포퓰리즘 승리 사례의 또 다른 예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와 자신의 거취를 연계한 마테오 렌치 총리는 취임 2년9개월 만에 사퇴 수순을 밟게 됐다.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 이탈리아는 정치 격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민주당이 국민투표에서의 패배에 급격히 위축되는 반면 개헌안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선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과 반(反)이민, 반 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극우 북부리그(NL)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내년에 치러질 조기 선거를 통해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에 회의적인 오성운동이 집권하게 되면 이탈리아와 EU의 관계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오성운동이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나는 이탈렉시트(Italexit)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과 세계 경제에도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무타바 라만 유럽 분석 총괄담당자는 "렌치 총리의 패배는 포퓰리즘의 승리로 비춰질 수 있어 EU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행인 점은 이날 실시된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누르고 무소속 전 녹색당 당수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는 점이다.
이날 호퍼가 당선됐다면 EU는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까지 줄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판 데어 벨렌은 유럽연합(EU) 체제를 신봉하는 친 유럽주의자로, 오스트리아 경제는 절대적으로 EU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창해왔다. 그는 탈 EU를 주장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과는 정반대의 자리에 서있고 EU와 협력 관계에 있는 기존 정당들보다도 더 EU에 가깝다.
◆혼란의 금융시장=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극우 대통령 탄생이 저지됐다는 소식에 안도하던 금융시장은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개헌안 부결소식에 요동치고 있다. 다만 그 파괴력은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의 국민투표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날 개헌안 부결을 예상한 언론들의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유로화는 낙폭을 키우고 있다. 로마 현지시간으로 5일 오전 12시25분 현재 유로는 1.3% 내린 1.0524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브렉시트 투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며 작년 3월 이래 최저점이다. 반면 엔화는 상승세다. 이날 오전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0.6% 넘게 하락한 달러당 113.20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유로 매도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발(發) 달러 강세 등이 겹치면서 유로화는 지난달 달러 대비 3.6% 하락, 1년여 만에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보였다.
통신은 이탈리아 국채 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투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독일 국채 대비 이탈리아 국채 금리 프리미엄은 지난주 18개월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풍전등화 위기에 놓인 이탈리아 은행권도 비상이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한때 부도위기에 몰렸던 이탈리아 3위 은행 BMPS를 비롯해 8곳의 은행들이 줄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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