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바수키 차햐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자카르타 주지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2일(현지시간)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 통신에 따르면 이날 수천명의 자카르타 시민들이 도심에 모여 코란을 모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아혹 주지사를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새벽기도가 끝난 뒤 자카르타 이스티칼 사원에서부터 시내 중심부의 국립 기념비까지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하는 총인원은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대규모 시위에서 1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과 같은 충돌을 막기 위해서 이날 경찰 2만2000여명이 시위에 투입됐다. 현지 언론들은 시위 중 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중국계로서 처음으로 자카르타 주지사 자리에 오른 아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함께 대표적인 개혁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그는 취임 후 교통인프라 개선을 포함해 과감한 개혁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기독교인인 그가 지난 9월 연설에서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코란 5장51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에 속지 말라"고 발언한 동영상이 악의적으로 편집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되면서 분노한 무슬림들의 시위를 촉발했다.
이후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인도네시아 경찰청이 아혹 주지사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했다. 동영상을 자의적으로 편집해 올린 사람도 조사를 받았다. 이후 아혹 주지사는 잘못을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날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면서 경찰은 지난주 헬기를 동원해 시위 현장에서 불법적인 폭력이 있을 경우 엄벌에 처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뿌리기도 했다. 자카르타 정부 역시 관공서 게시판에 국가 통합과 시위 자제를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시위는 예정대로 진행됏다.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과 호주 대사관은 경고 메시지를 발령하고 자국인들의 안전을 당부했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인구는 세계 최대인데 정부가 6개의 다종교를 인정하고 있고 12개의 다양한 인종들이 거주하고 있어 문화적 충돌의 여지가 많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주지사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아혹의 지지율을 낮추기 위해 무슬림 진영 정치세력들이 이번 사건을 조장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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