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회장 특명인 워룸도 가동 못하는 상황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국조 출석에 초비상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송화정 기자, 원다라 기자] "마땅히 격려하고 포상해야 할 '자랑스러운 직장인'을 자랑스럽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 요즘 재계 분위기입니다."
삼성이 매년 12월 초 진행해 온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일상적인 포상 일정까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상 행사를 연기했다는 것은 '최순실 사태' 폭탄을 맞은 재계의 복잡한 심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삼성, 최고인재상 자랑스런 삼성인상 무기한 연기 =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한 이듬해 제정돼 1994년부터 수여돼 왔다. 수상자에게는 1직급 특별 승격과 함께 1억원의 상금이 각각 주어진다. 삼성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때문에 사장단, 임직원 인사가 늦춰지는 만큼 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은 늦춰지거나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삼성 관계자도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각 계열사에서 추천해 올린 다음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추천할 사람과 공적조서 등은 정리해 뒀지만 수상자 선정ㆍ시상식 일정 통보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과거 특검, 이 회장의 해외 장기 체류 등의 그룹에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시기를 바꾼 바 있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는 이 회장의 생일인 1월9일에 매년 시상식을 개최했지만 '2008년 삼성 특검' 이후엔 12월 초에 시상식을 개최했다. 2014년엔 이 회장이 54일간 해외에 체류하다 12월27일 귀국하자 다음 해 1월9일에 시상식을 개최했다. 일부 기업들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정부 주도의 각종 시상식에 불려 나가 수상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상은 기업과 임직원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지만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대통령상을 받기도 이를 알리기도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
◆ SK, 워룸공백에 비상경영체제 돌입 차질 = 비상경영에 나선 SK그룹의 경우 워룸(War Room)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중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관계사들이 비상경영상황실인 워룸을 설치해 전사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을 주문했다. 워룸은 전쟁 시 핵심 참모들이 모여 전시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이다. 최 회장은 경기 악화가 심화되는 현재 경영 환경을 전쟁 상황으로 인식하고 계열사별로 워룸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실을 만들어 운영해 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각 계열사에 워룸을 설치해 그룹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회장의 지시가 떨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조차 아직까지 워룸의 가동은 되지 않고 있다. SK는 물론 재계 전체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경영 활동이 올스톱된 상황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일부 관계사들은 예전부터 워룸과 같은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계열사별로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다시 만들어 대응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회사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제대로 (워룸)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팔순 앞둔 정몽구 회장 국조 출석에 현대차그룹 초비상 = 정몽구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현대차그룹도 좌불안석이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이번 국조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가운데 역대 최고령이다. 정 회장은 10여년 전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가슴을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2009년에는 심혈관 질환이 다시 재발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그룹의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검찰에서 10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나서 적지 않게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특검에도 다시 불려 나가 고강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전 국민에 생중계되는 국조는 상황이 또 다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국회 인근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여의도 인근 대형 병원과 긴급 연락 체계를 갖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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