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부적격 당첨물량 예상…견본주택 방문자 등에 우선권 부여
건설사들 '입주율 사수작전' …'입주촉진팀' 재가동 등 채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분양시장이 선착순 시대로 다시 돌아갈 듯 합니다. 실수요로 완전히 재편되는 분위기에요."(대형건설사 분양소장)
"지금까지는 입주촉진팀이 필요가 없었어요.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다 입주를 완료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젠 전세나 월세라도 연결시켜주지 않으면 입주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어요. 금융위기 때 선보였던 서비스들을 다시 선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홍보대행사 관계자)
부동산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의 '이삭줍기'가 부활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청약 1ㆍ2순위 당첨자 물량 가운데 계약을 하지 않은 물량을 모았다가 선착순으로 공급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내년 대규모 입주를 앞둔 건설사들은 '입주율 사수작전'에 나섰다. 11ㆍ3대책 파급 효과로 이번주 중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져나온 데다 청약자격이 강화되면서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신(新)풍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분양을 진행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은 '선착순 마감'을 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분양을 앞두고 VIP 사전방문객들에게 '에스 클래스(S-Class)'카드를 발급했다. 층수와 동 등 원하는 조건을 미리 정해 이 카드를 등록을 해 두면 차후 부적격 당첨 물량에 대해 우선권을 주겠다는 취지다. 지난 8월 한시적으로 도입했는데 이번에 다시 본격 시행하는 것이다. 1순위 청약자의 수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세대주가 아니거나 5년내 당첨된 적이 있으면 1순위 청약을 제한받게 되면서 수요가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리오센트 분양 관계자는 "무주택 기간이나 분양가족수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 부적격 당첨물량이 나올 수 있고 바뀐 대책의 1순위 조건에도 당분간 혼란이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의 견본주택을 사전방문한 이 모(33세ㆍ여)씨는 "예전같지 않게 갑작스레 원하는 층과 동을 물어보면서 사전방문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미계약 물량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비슷하다. 최근 시행하지 않았던 '내 집 마련' 제도를 이번주 분양하는 '경희궁 롯데캐슬'에서 재개했다. '내 집 마련' 신청은 부적격 당첨으로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면 미리 청약의사를 밝힌 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법이다.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 등 근래 분양한 현장에서는 이런 방식을 활용하지 않았다. 분양 관계자는 "한동안 '내 집 마련' 제도가 유명무실 할 정도로 1순위 마감이 당연했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재당첨 제한까지 강화되면서 청약자들이 신중하게 청약을 신청할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주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입주촉진팀을 가동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내년 입주 물량이 36만9000가구로 올해(28만8000가구)보다 28%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1ㆍ3대책 시행 후 가격 상승세는 꺾이고 금리는 상승하는 등 부정적 요소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율이 떨어지면 집단대출이나 입주잔금 회수에서 문제가 생긴다"며 "여건이 좋지 않아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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