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라인가!’ 지난 한 달 모든 국민들이 한 번씩은 읊조려 보았을 말입니다. 전체국민의 3.5%가 집회 및 시위를 지속한다면 결국 정권이 무너진다는 미국 덴버대학의 에리카 체노웨스교수의 연구 결과가 있지만 2014년 인구통계인 5100만중 3.5%인 180만명 이상의 시민이 매주 모여 집회를 이어가도 대통령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심지어 지지율 3.5%의 대통령이 임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를 관찰하며 새로운 학설을 쓰고 있습니다. 검찰수사와 특검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울먹이며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자신이 임명한 검찰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행정부의 수반이 국가기관을 불신하는 상식 밖의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많은 적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무능입니다. 처음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가 불렸지만 최종으로 그 모든 책임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입장을 지켜내지 못한, 어쩌면 그 자체를 갖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게 있습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 생각을 국민 앞에서 말하지 못하는 정치인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냉혹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불편하고 또 불편한 제도입니다. 지시와 명령으로 일사분란함을 추구하는 독재와 달리 끊임없이 설득하고 설명하고 조율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불쌍하고 짠해서가 아니라, 혹은 정반대로 나보다 학벌 좋고 돈 많고 배경이 좋은 사람이여서가 아니라 얼마나 나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 줄 것인지를 얼마나 비전과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이제는 평가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금력입니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을 뒤에서 조정하며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던 사람도, 직전까지 국회의원과 청와대 수석을 지내며 경제대통령으로 나라를 좌지우지한 사람도 수갑을 차고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권력의 무상함을 보여주지만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7명의 재벌총수 중 어느 누구도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습니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금력은 무한함을 여전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강요에 의해서 돈을 빼앗긴 피해자로 포장되었지만 법을 바꾸고, 정책을 조정하면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챙겨온 공범입니다.
세 번째는 권력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조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공직자와 정치인은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 이익, 다시 말해 주권자인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고,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부터는 국가를 수익기반으로 삼아 자기의 정치적 동료들과 주변 지인을 위한 사익을 추구하는 데 혈안이 된 대표자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인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불공정입니다. 헬조선과 흙수저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단순히 지표상의 삶이 어렵다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국가공동체가 느끼는 집단적 고민일 것입니다. 힘 있는 부모를 가진 누군가를 위해 상대방보다 높은 성적의 사람이 불합격 처리되고, 자기 비서로 있었던 사람을 취업시키기 위해서 규정을 변경해버리는 불공정의 현실을 보면서 이 사회를 그대로 두고서는 우리 모두가 살아 갈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입니다.
그간의 대한민국 사회는 언제나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겨왔습니다. 금력, 권력, 무력, 심지어 폭력도 힘이 있지만 정의는 언제나 힘이 없었습니다. 불평등과 불공정함을 넘어서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 이제 우리의 국어사전에도 ‘정의력’이라는 단어가 등재되는, 정의가 힘이 있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야합니다.
김광진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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