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만 사용하는 2진법보다 전력 소모량↓ 배선의 양↓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3진법을 이해하는 초절전형 반도체 소자·회로를 개발했습니다. 3진법 반도체를 이용하면 기존의 2진법 반도체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무엇보다 배선의 양을 줄일 수 있어 눈길을 끕니다. 사실 3진법은 1950년대 부터 연구돼 왔는데 그동안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2진법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0'과 '1'을 사용하는 2진법 기반 컴퓨터가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3개의 논리 상태인 '0', '1', '2'를 사용해 대용량 정보처리가 필요한 프로그램의 원활한 수행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기술은 미래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를 만들 때 필수적 원천기술입니다. 3진법을 이해하는 컴퓨터는 2진법 컴퓨터의 60%에 해당하는 소자만으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2진법 컴퓨터에서 10개의 소자가 필요했다면 3진법에서는 6개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이런 특성으로 반도체칩의 소형화, 저전력화, 고속화가 가능합니다. 배선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2진법 기반 컴퓨터는 대용량 정보처리를 위해 수많은 소자와 배선이 필요합니다. 전력소모와 발열량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회로를 구동하는데 소모되는 전력을 줄이고 대용량의 정보처리를 위해 다치논리회로와 관련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치논리회로'란 기존의 2진법 체계를 넘어 3개 이상의 논리상태의 표현이 가능한 회로를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인 흑린(black phosphorus)과 이황화레늄(ReS2)을 간단히 수직으로 쌓아 부성미분저항 특성을 보이는 전자소자를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2차원 반도체인 흑린과 이황화레늄을 수직으로 쌓아 부성미분저항 특성을 보이는 전자소자를 새롭게 제작하고 이 소자를 이용해 3개의 논리상태(0,1,2)를 갖는 3진 인버터 회로를 구현했습니다.
부성미분저항 특성소자에서는 전압의 크기가 증가함에도 전류가 감소하기 때문에 전압-전류 특성곡선이 'N' 모양처럼 나타나게 됩니다. 여러 개의 문턱전압을 갖는 다이오드 특성을 보입니다. 문턱전압은 다이오드 소자를 켜는데 필요한 전압을 말합니다.
논리회로를 구현할 때 부성미분저항 특성소자를 이용하면 여러 개의 논리 상태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연구팀은 2차원 물질 기반 부성미분저항 특성 소자와 p형 트랜지스터 2개의 소자로 3개의 논리상태(0, 1, 2)를 갖는 3진 인버터 회로를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로 기존 소자·회로의 소비전력과 성능이 한 단계 더 높아졌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착용형 스마트기기, 지능형 로봇, 슈퍼 컴퓨터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박진홍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논문의 제 1저자는 심재우 성균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학생입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 11월7자(논문명 : Phosphorene/Rhenium Disulfide Heterojunction-based Negative Differential Resistance Device for Multi-Valued Logic)에 실렸습니다.
박진홍 교수는 "소비전력과 성능을 한 단계 더 향상 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3진법 소자·회로를 개발한 것"이라며 "기존의 2진법과 비교했을 때 반도체 소자·회로가 빨라지고 소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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