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DTC융합연구단, 알츠하이머병 신약물질 발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을 일으키는 두 개의 원인 모두를 잡는 신약 물질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베타아밀로이드(Aβ)와 타우(tau) 단백질이 지목됩니다. 그동안 어떤 원인이 우선인지를 두고 학계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두 개의 학파로 나눠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이 같은 흐름을 깨고 두 개 원인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물질을 내놓았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현대인의 10대 사망 원인 질환 중 유일하게 예방과 치료 방법이 없는 질병입니다.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특징은 뇌 속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이상 현상을 꼽습니다. 이들을 각각 표적하는 약물이 개발된 적은 있는데 연이은 임상실패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두 개의 학파로 나뉘어 어떤 단백질을 조절해야 알츠하이머 치료가 가능한지 20년 넘게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치매DTC융합연구단 김영수, 양승훈 박사팀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이상 현상을 동시에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인 'Necrostatin-1(네크로스타틴-원)'을 개발했습니다. 이 합성신약은 동시에 두 단백질을 직접 뇌에서 조절하고 치매 증상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줄 수 있는 물질입니다. 국제적으로 처음 보고되는 치료방법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환자의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집적으로 인해 나타나는 신경반과 타우단백질의 과다인산화·집적으로 나타나는 신경섬유다발의 형성이 주요 특징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네크로스타틴-원'이라는 신약 후보물질을 알츠하이머 생쥐에 투약했을 때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체가 뇌에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타우 단백질의 과다인산화와 응집현상 역시 억제된다는 기능을 밝혀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주요 원인 단백질을 모두 표적 억제하기 때문에 뇌세포 사멸을 억제시키고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효능을 나타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네크로스타틴-1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3개월 동안 투여한 후 뇌기능의 변화를 관찰했고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와 대뇌피질 부위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 타우단백질 과다인산화가 모두 제거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생쥐의 기억력 검사인 행동시험(Y-maze, Passive avoidance)에서 약물이 투여된 알츠하이머 생쥐의 인지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나타나는 뇌 신경세포의 사멸과 뇌 구조의 파괴 등의 증상 역시 사라짐을 확인했습니다.
김영수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으로 오랜 논쟁의 대상인 '베타아밀로이드 vs 타우' 가설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원인 규명과 근원적 치료제 개발 연구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논문의 제 1저자인 양승훈 박사는 "세포자연사(apoptosis)와 괴사(necrosis)가 합쳐진 개념인 네크롭토시스(necroptosis)가 뇌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EMBO Molecular Medicine' 11월17일자 온라인(논문명:Nec-1 alleviates cognitive impairment with reduction of Aß and tau abnormalities in APP/PS1 mice)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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