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조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3일 오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소재 국민연금 본사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주식운용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중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26일 흡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에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에게는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현저히 불리하게 책정됐다"며 합병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해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지분 약 10%를 보유중이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당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찬성표를 행사했다. 세계의결권자문기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독자적으로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이 합병 탓에 60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산정됐다.
당시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의 공세가 높아지던 상황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홍 전 본부장이 합병 의결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비밀리에 만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삼성은 합병결정 이후 승마협회 지원 프로그램 형식으로 최순실씨의 독일 개인회사로 35억원을 송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별도로 최씨의 딸 승마선수 정유라씨, 최씨 조카 장시호씨 등에게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련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엔 최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이 같은 지원이 청와대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만약 검찰수사 결과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행사한 것이 드러나면 박 대통령과 삼성 측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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