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가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할 경우 철강, 화학, 백색가전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선 공약으로 언급된 극단적인 무역·통상 정책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20일 발간한 '트럼프 경제정책의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는 일관성이 결여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혹은 양립이 불가능한 모순된 내용이 많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하고 미국 제조업의 입지 회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트럼프의 제조업 정책은 통상정책과 패키지를 이루고 있고, 보호무역의 강화를 통해 미국 제조업의 입지 회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보복관세 부과, 보호무역 정책 시행을 통해 미국 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는 일자리 확대와 임금소득 증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호무역 조치로 가장 타격이 되는 한국 산업으로는 철강, 화학, 백색가전 등을 꼽았다. 자동차 역시 품질, 안전규제 등 기술적 무역장벽(TBT)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허권 등 지적 재산권과 관련된 첨단 기술 산업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의 품목은 이미 생산 기업 간의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며,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간재를 수출해 중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한 후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의 산업도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기존 무역협정 등의 일방적인 파기는 미국의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트럼프가 의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트럼프가 택할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면서도 "공약 내용이 파격적이고 과격한 만큼 무역·통상정책으로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 또한 매우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외무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중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표적으로 겨눈 만큼, 만약 미국이 TPP를 철회하거나 비준을 연기한다면 대미무역에서 우리가 TPP 참가국인 일본에 우위를 차지하면서 미국에서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의 경우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연구원은 "각종 무역조치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불공정 무역국으로서 감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극단적인 무역·통상 정책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작다"며 "앞으로 100일 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 통상과 관련해 어떤 조처를 하는지를 보고 나서 대응방향을 정해도 늦지는 않다"고 제언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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