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제 45대 대통령 당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동을 가졌다.일본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해온 트럼프 당선자가 주요 우방 지도자를 처음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이날 회동은 국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를 방문, 트럼프 당선자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 등과 90분간 만남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회동 이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운 뒤 "트럼프와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둘이서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회담에선 여러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의 사정이 맞는 때에 다시 만나 더욱 넓은 범위에서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일본이 불공정 무역으로 막대한 대미 흑자를 내고 있고, 환율도 조작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일본이 공을 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백지화도 공언했다. 이와 함께 주일 미군 주둔 비용 재협상과 함께 북한 핵을 스스로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핵 무장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동을 계기로 주요 현안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향후 상호 협력 확대를 위한 교두보 확보에 치중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우방 중 최초로 트럼프와 처음 대면하며 장시간 의견을 교환하며 눈도장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아베총리로선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 정가와 언론들은 트럼프가 선거 기간 스스로 쏟아낸 강경한 통상 및 안보 공약에 대한 수정 가능성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회동이 단순히 미
ㆍ일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회동 내용 등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당선자 입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다. 실제로 회동후 별도의 성명이나 기자회견도 없었다. 트럼프로선 이번 회동을 통해 구체적인 외교적 합의나 공약검토에 대한 약속을 하기보다는 향후 본격적인 국제 무대 데뷔를 앞두고 탐색전으로 활용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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