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낮추겠다는 공약을 하면서 전 세계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은 이명박정부 시절의 감세정책효과 미비와 '최순실게이트'로 불거진 대기업의 준조세 논란과 겹치면서 법인세 인상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2008년과 비교해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의 경우 법인세율을 2008년 28%에서 2015년 20%로 8% 포인트 낮춰 가장 높은 인하율을 나타냈다. 이어 일본은 2008년 39.5%에서 2015년 32.1%로 법인세율을 7.4% 포인트 낮췄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7.5%에서 24.2%로 법인세율을 3.3% 포인트 인하했다. 한편 OECD 평균세율도 1985년 43.4%에서 2015년 23.3%로 20.1% 포인트 감소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트럼프의 조세공약으로 전 세계의 법인세 인하경쟁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라며 "그럼에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법인세 인상안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추세에 완벽히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원장에 따르면 트럼프 조세공약은 레이건 대통령의 조세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레이건은 감세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공급주의 경제학을 추진했다. 특히 소득세는 최고한계세율을 70%에서 28%까지 대폭 낮췄다. 트럼프는 레이건보다 더욱 혁신적인 법인세 공약을 내걸었다. 레이건이 단행한 법인세 인하율은 46%에서 34%였지만, 트럼프는 35%에서 15%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트럼프의 조세정책은 10년 후 미국의 경제성장율을 약 7~8% 향상시킬 것"이라며 "트럼프는 감가상각이라는 획기적인 법인세 인하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내 제조업종에 대해 자본투자액을 100% 즉시상각해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곧 법인에게 자본투자 유인효과와 세부담 경감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자로 참석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노믹스로 한국의 대미 주력수출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및 전자제품 등 이른바 굴뚝산업의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응하여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줄이고, 수입선을 미국으로 돌려 대미 수입을 확대하는 등의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을 사용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자본유출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며 "한미ㆍ한일 간 통화스왑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환율평가절하 압력시 적정 환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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