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야당의 법인세 인상 목소리는 최순실게이트라는 화력지원을 받으며 더욱 커지고 있다. 야 3당은 조세형평성이나 조세저항 등을 감안해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상위기업, 이른바 재벌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방침이다. 법인세 인상은 안된다고 주장해온 정부와 여당의 저항력은 최순실게이트로 힘이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다.
최순실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9월 1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제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주승용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여야 의원 132명이 모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4법과 경제활성화법 등의 처리를 야당에 촉구한 반면, 더민주는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계를 압박했다. 국민의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을 당부하며 더민주와 차별점을 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리셉션 이후 그달 26일 대한상의 주최 특가엥 참석해서는 법인세 논란과 관련,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도 각각 1∼3%씩 인하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자신들은 집권했을 때 기업인들의 사기를 올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며 해놓고 인제 와서 더는 인하도 안 하고 있는데도 거꾸로 인상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아주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지난 15일 상의 주최 특강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조세 형평성이나 국민들의 조세저항 등을 생각할 때 상위 0.1∼0.2% 기업들의 법인세 인상을 불가피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이번 예산을 처리하면서 동반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며 "현재 법인세를 납부하는 50만개 기업 중 1000개 내의 법인세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법인세는 국제 경쟁세의 성격이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아 기업들이 국제경쟁에서 밀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법인세를 깎는다고 기업이 더 경쟁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순실게이트에 힘을 얻은 야당과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법인세 인상안 통과를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