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론칭시 브랜드 앞세우기보다 '입소문'에 주력
소비자 선호따라 오직 '맛'으로 승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최근 '오너셰프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기존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와 대형 외식프랜차이즈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지 유명식당을 검색해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더이상 '브랜드'만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이에 외식업체들은 신생브랜드를 알릴 때, 자사 브랜드를 앞세우기보다 '입소문'에 더 주력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G다인힐은 새로운 외식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면서 모기업인 '삼원가든'의 이름은 내세우지 않을 예정이다. SG다인힐은 건강한 샐러드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 개인별로 칼로리를 맞춰서 체중조절이 가능한 식당을 준비 중이다. 당류와 탄수화물을 거의 쓰지 않고, 한끼 칼로리를 500㎉ 미만으로 맞춘 '글루텐 프리' 매장이다.
그러나 이 매장을 삼원가든이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을 계획이다. 기존 블루밍가든과 붓처스컷 등 성공한 외식브랜드들이 '맛집'으로만 승부를 본 것처럼 브랜드는 철저히 가린 채 소비자들로부터 '맛'으로만 평가받겠다는 뜻에서다.
박영식 SG다인힐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에서 하는 레스토랑'보다 '나만이 아는 맛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붓처스컷도 삼원가든이 운영하는 곳이라서가 아니라, 국내서 처음으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소문을 타고 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미국 뉴욕의 명물 수제버거 '쉐이크쉑'을 도입해 국내 론칭한 SPC그룹도 초창기 고민이 많았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쉐이크쉑을 들여왔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버거 맛을 보기 전부터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SPC그룹 관계자는 "쉐이크쉑 자체에 대한 평가는 우수하지만, 국내 대기업이 들여왔다고 내세우는 순간 반감을 갖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에 SPC그룹이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대신 오직 '맛'으로만 평가받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외식업계는 미쉐린가이드 발표 등으로 소비자들의 미적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 한 브랜드만 내세운 기존 업체들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웃백, 피자헛, TGIF 등의 쇠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아웃백코리아는 1997년 론칭한 이후 한때 100여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 성장세가 꺾이며 80여곳으로 줄었다. 2013년 3000억원을 웃돌던 매출은 지난해말 1900억원 대로 감소했다. 한국피자헛도 매출이 2006년 2600억원에서 2014년에는 1100억원대로 반토박났다. 브랜드의 영광이 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분석이다.
대기업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까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면 어딜 가든지 '실패하지 않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찾았지만, 최근에는 SNS가 등장하면서 숨은 맛집을 찾고 정보를 공유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브랜드만 내세워 고객을 이끌었던 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유명 브랜드 외식업체들은 경기침체, 다양한 외식의 등장 등으로 매출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도 이에 대응할만한 대안은 찾고 있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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