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조선ㆍ해운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전면에서 이끌어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개각에서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갈 수장에 내정됐다. 임 내정자는 그간 여러차례 경제부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가 한국경제호(號)가 대내외적으로 최고조의 위기에 놓인 시기에 키를 잡게 됐다. 임 내정자는 정통 경제관료이자 정책통이다. 부처 계보로는 옛 재무부(MOF) 출신이다. 현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를 이끈 현오석ㆍ최경환 부총리는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재무부 출신이지만 금융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 시절부터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정과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등 핵심 정책부서를 두루 거쳤다. 금융정책심의관에 이어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다. 국무총리실장으로 당시 김황식 총리를 보필한 것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연세대 석좌교수로 잠시 있다가, 2013년 6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했다.
임 내정자의 경제정책 기조는 안정적 관리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통한 회생 방침을 고수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가 '리더십 부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경제정책 부문에선 이같은 결핍은 상당 부분 해소될 여지가 있다.
당장 내일(3일) 발표될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서도 보다 강경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임종룡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신분으로 이날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 참석해 "금리 인상 시 핵심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가계부채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정책을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이어서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는 가계부채 관리에 보다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우리나라의 민간신용(가계ㆍ기업부채) 리스크를 '주의' 단계로 분류하고, 한국은행도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계부채 관련 발언의 강도를 더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 내정자는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해 왔다. 구조조정은 결국 자금 문제이고,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하기 때문이다. 살 수 있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법정관리로 보낸다는 '옥석 가리기'가 원칙이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우조선해양은 살리는 것으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
현정부 각료중에서 최고의 구조조정 칼잡이로 꼽힌다. 일중독(워크홀릭)에 가깝다.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가 부친의 임종을 놓친 일도 있다. 시야가 넓고 정책 조정에 능한 편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직후에 구조조정 실무를 주도한 경험도 있다. 논리적이며 온화한 성품이며 합리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 영동고, 연세대를 나왔다.
▲전남 보성(57) ▲ 연세대 경제학과 ▲ 행시 24회 ▲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 ▲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 기획재정부 1차관 ▲ 국무총리실장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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