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핫머니 유입에 가격 랠리
위안화 약세·자본 규제 등으로 비트코인 투자 대안
거품론 투자 유의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5000위안 고지를 밟았다. 비트코인은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디지털 통화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정체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창안했다.
2일 북경상보와 국제금융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5000위안을 넘어 최근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5025위안까지 올랐다. 하루 거래량만 100만비트코인 이상에 거래 규모도 110억위안에 달했다.
북경상보는 지난 8월 이후 매수세가 쏠리면서 3800위안대에 머물렀던 비트코인 가격이 5000위안으로 30% 이상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25%가량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계 '핫머니' 유입이 비트코인 가격 랠리를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양대 비트코인 거래소 훠비의 주자웨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몇 달 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 폭이 가파른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와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결정했을 때와 비교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9.3%나 떨어져 6년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에 위안화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이나 금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얘기다.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등 전통적인 투자처가 각광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 곳 잃은 시중의 자금이 규제 사각지대인 비트코인시장으로 몰린다는 분석도 있다. 오케이코인의 쉬밍싱 최고경영자(CEO)는 "국경절 연휴를 전후로 금융 당국이 엄격한 자본 통제에 나서면서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비트코인이 또 다른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의 이상 급등에 거품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중국에서 비트코인은 투자 수요가 많은 탓에 국제 시세보다 7~8%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 중국 전문가는 "비트코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맹목적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휩쓸려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까운 매기가 쏠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버블 붕괴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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