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각종 현안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살얼음판 정국에서 역풍(逆風)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최순실게이트'가 본격화 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등을 강력 비판하면서도 특별검사, 탄핵·하야론 등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은 원내 1·2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에 합의했는데도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반대론을 공식화 했다. 이어 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하야를 요구하는 여론이 4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신중모드는 살얼음판 정국에서 역풍을 피하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이 공멸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우리는 재야 시민단체나 학생들이나 일부 흥분된 국민들처럼 (대통령에게) 탄핵과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노 전 대통령 때 야당이 탄핵을 가결해서 역풍을 맞은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강경론으로는 실익을 얻기 어렵다는 계산도 한 몫한다. 박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현직으로 있고, 최씨는 독일에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라며 "유병언 사건의 경우 딸(유섬나)이 잡히지 않는다며 난리였지만 지금은 누가 기억하나"라고 말했다. 자칫 특검으로 정국이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국민의당은 초점을 '거국중립내각' 구성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총리 및 비서실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대통령은 보호되어야 하고 헌정(憲政)은 중단돼선 안 된다"며 "대통령에게 룸(Room·공간)을 만들어 주려면 사표를 내고 안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중립거국내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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