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김병준 카드에 갑론을박…결국 내달 7일로 비대위長 선임 연기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이 28일로 예정됐던 새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다시 내달 7일로 미뤘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여)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인해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새 사령탑 선임을 둔 당내갈등 표출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차기 위원장 인선은 다음주 중 비대위-의원총회 합동회의를 열어 토론한 뒤, 다음달 7일 오전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이날로 예정됐던 위원장 인선을 미룬 것은 막판 '돌발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비대위 합동회의를 열어 새 위원장에 중진의원을 추대키로 중지를 모았고, 이에 따라 4선의 김동철 의원 등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그러나 당내 최대주주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막판 김병준 국민대 교수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부총리급) 등을 지낸 대표적인 '원조 친노(親盧)'지만, 최근 들어서는 친노진영과 거리를 두며 외곽에서 국민의당을 지원해 왔다.
이에 박 위원장은 전날 전화를 통해 소속 의원들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호남·중진의원 일부는 김 교수가 당무경험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어제 중진의원 7명이 모여 (차기 비대위원장은) 당내인사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초선·비례대표 의원 몇분은 저녁에 모여 외부인사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며 "오늘 결정하려면 표결처리를 해야 하는데, 비대위에서는 안 전 대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중진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 측과 중진의원들 사이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국민의당은 비대위원장 결정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선임을 둔 이견이 당내 세력다툼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박 위원장은 "현(現) 시국이 이러한데, 당내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오늘 비대위에서 표결처리 해 내분이 있는 것보다 차라리 연기를 해서 소통을 더 하자(는 취지)"라며 "약간의 이견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건강한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국민의당 다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