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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앞에 선 '한양도성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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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유네스코 등재 위해 재개발 정비구역 직권해제 추진
사직2·옥인1 조합 등 일제히 반발, 건설사도 불만…법정다툼 가능성도


벽 앞에 선 '한양도성 살리기' 사직2구역 일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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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서울시의 '한양도성 살리기'가 장애물을 만났다. 한양도성을 복원하기 위해 시가 재개발 정비구역의 직권해제를 추진하면서 조합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해온 곳들로 많게는 수백억원의 매몰비용이 투입된 상황이라, 직권해제가 확정되면 법정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종로구 사직2구역과 옥인1구역, 충신1구역, 성북구 성북3구역 등 한양도성 인근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하는 방안과 관련한 자문안이 조건부 동의를 받았다. 앞서 시는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해 역사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시장 직권으로 재개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조치다.

길게는 10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온 구역 주민들은 이같은 결정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사직2도시환경정비구역측은 매몰비용이 350억원에 달해 시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희궁과 사직터널 사이에 있는 사직2구역이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09년. 해방 직후 지어진 저층주택이 상당수라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노후된 상태여서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다. 2012년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롯데건설로 시공사 선정을 마친 이 곳은 향후 지상12층, 13개동, 아파트 486가구로 재개발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던 중 시가 한양도성 복원키로 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조합은 종로구청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달라며 부작위(不作爲)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1심에서 승소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을 통해 사업 추진에 대한 권고도 받았다. 조합은 조합원(총 190가구) 한 가구당 2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갔다는 점, 노후주택이 많아 도시재생의 형태로는 주거환경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절반 이상이 거주가 어려워 집을 비워주고 이주한 상태다.


김학영 사직2구역 조합장은 "분양신청 당시 참여율 90%가 넘을 정도로 주민들이 사업추진을 원하고 있다"며 "시는 직권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행정갑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측은 구청과 시의회의 의견청취를 거쳐 직권해제가 최종 결정될 경우 가처분 신청을 위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세웠다.


옥인1주택재개발정비구역 역시 시의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서촌의 유일한 재개발 지역인 옥인1구역은 시와 종로구청을 상대로 네 차례나 사업진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07년 정비구역 지정을 거쳐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그간 투입된 사업비용은 43억원이다.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은 시의 정비사업 백지화 를 염두에 두고 사업비 집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조합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흐른 데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지난 주 자문안 동의가 결정된 뒤 시와 구청 관계자를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김흥길 옥인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재개발이 되지 않는다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거환경개선관리 방법을 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종로구청이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직2구역의 부작위 소송의 경우 구청이 행정행위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비판은 시에서도 나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조합은 사업을 원하고 시에서는 직권해제를 원하는데 조정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되자 건설사들도 시의 결정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매몰비용을 보상해준다고 해도 미미할 뿐 아니라 시가 향후 추진할 도시재생 방식으로는 해당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뉴타운 해제지역에서 봤듯 사실상 매몰비용을 제대로 회수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해당 지역은 제대로 토지를 구획해 조성된 게 아니라서 재개발이 아니고선 제대로 집을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와 구청은 이같은 반대에도 직권해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해 사업이 해제된 경우 매몰비용을 100% 보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내에서도 거주를 희망하는 주민들도 일부 있는 걸로 안다"며 "최대한 금융비용을 포함한 매몰비용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앞으로 낙원동, 효제동, 종로2ㆍ3ㆍ5가, 충무로5가 등도 한양도성 보존을 위해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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