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공개된 컴퓨터 파일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최 씨의 현 정부의 외교정책 개입 의혹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침묵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최 씨의 파일 중 외교적 내용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현재 상황에서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적절치 않다"며 짧게 답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앞으로 외교적 파장 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 당국자는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자긍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최근 JTBC 및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씨의 컴퓨터 파일에는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년 초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문건이 발견됐다. 문건의 내용이 구체적이며 파일 작성일을 확인한 결과 실제보다 앞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외교적 민감성을 띈 내용이 여럿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이 해당 파일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 씨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올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구체적으로‘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자료’라는 제목의 파일은 2013년 1월 4일 일본 특사단과의 접견을 앞두고 작성된 파일이다. 한일 핵심 현안인 독도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응 전략이 담겨있다.
또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통화 참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2012년 당시 박근혜 당선인이 길러드 호주 총리와 통화하기 전에 참고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작성자를 파일에서 찾아본 결과 아이디가 당시 외교통상부인 'MOFAT'으로 확인됐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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