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사제총으로 경찰관 사살 사건 발생...유튜브 등 외국 사이트 총기 제작 동영상 넘쳐나..."현실성 있는 규제 필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19일 서울에서 경찰관이 사제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사제총기 제작법을 습득할 수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홈메이드 건(Homemade Gun) 만들기".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찾아낸 사제총기 제작법 동영상의 제목이다.
20일 아시아경제가 인터넷을 뒤져 전날 경찰관 피살 사건에서 사용된 총기와 유사한 방식의 사제총 제작법을 찾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Making Gun'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무려 3400여만개의 각종 동영상이 검색됐다. 관련없는 동영상이 많았지만 곧바로 사제총기 제작 동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The Unknown Cat'이라는 제작자가 올린 이 동영상은 약 20분 동안 쇠파이프와 쇠막대, 스프링 등의 재료를 사용해 뚝딱 총기를 제조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 총기를 통해 발사된 구슬은 나무 합판을 부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이날 오전 현재 무려 140만여명이 이 동영상을 재생해 본 상태다. 유튜브에는 이외에도 플라스틱 공기 주입기, 호스 등 각종 재료로 만든 다양한 총기의 제작법ㆍ도면 등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가득했다. 누구나 간단한 영어 실력과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공구ㆍ재료만 있으면 사제 총기를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전날 경찰관을 사살한 성모(45)씨가 제작한 사제총기도 나무토막과 철제파이프를 이용한 화승총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화약을 넣어 둔 파이프에 쇠구슬을 넣고 불을 붙이면 화약이 터져 총알이 발사되는 형식이다.
최근엔 3D프린터를 이용해 총기 부품을 제조ㆍ조립하는가 하면, 정밀 기구ㆍ공구를 동원해 엽총과 권총, 소총까지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이들도 많다. 미국에서는 총기제조학을 공식적으로 교육시키는 대학도 설립돼 매년 수백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필리핀 같은 곳에선 밀림 속 마을에서 사제총기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사제총기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3년 4월 대구에서 석모(당시 39세)씨가 사제총기를 난사해 경찰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해 9월 강모(당시 61세)씨가 엽총을 이용해 만든 총기로 내연녀를 살해하려다 검거됐다. 2010년 고등학생 김모(당시 19세) 군이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제작법을 배워 군용 소총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총기를 만들었다가 적발됐다. 2007년 5월에는 충남 천안시의 한 공터에서 이모(당시 47세) 씨가 공사장에서 쓰고 남은 파이프ㆍ목재로 사제총을 만들어 사람을 쐈다가 붙잡혔던 적도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사제총기 제조법을 인터넷에 올리면 2년 이하의 징역ㆍ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유튜브 등 외국에 서버를 둔 경우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범인 성씨는 인터넷을 통해 보고 배워 만든 16정이나 되는 사제 총기를 비롯해 흉기와 사제 폭발물까지 소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일 오후 6시30분쯤 강북구 번동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지인인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68)씨에게 총기를 발사해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이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린 후 도주하던 중 출동한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54) 경위에게 총을 쐈다. 김 경위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1시간 후 사망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성씨는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경찰을 향한 적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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