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인터넷전문은행이 ‘개문발차(開門發車)’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K뱅크의 경우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법 개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 은행 영업을 위한 자본 확충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본인가 심사에도 향후 증자 방안이 주된 점검 내용 중 하나다.
10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영업을 시작하면 대출 등에 자금이 필요하므로 추가로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본인가 심사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본인가 신청을 하고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K뱅크의 경우 초기 자본금이 2500억원 규모다. 하지만 본인가 신청에 앞서 IT 시스템 구축과 인력 고용, 사무실 등 각종 인프라 마련에 상당부분 소요됐다. K뱅크 관계자는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은산분리 완화 법 개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IT 기업이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고 중소 주주들이 몇십억원이나 몇백억원씩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K뱅크의 주주사는 21개이며 8%의 지분을 가진 KT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등 금융사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지분 제한이 없으나 이들 회사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인터넷전문’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카카오뱅크 역시 한국투자금융이 절반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카카오가 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반대는 여전하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본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부터 다시 따져봐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개정이 아닌 별도 특례법도 추진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차이일 뿐 은산분리 완화라는 본질에서는 다를 바 없다.
금융당국은 대주주의 사금고화 방지 조건을 철저히 하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은산분리’ 원칙이 가진 상징성 등을 고려했을 때 야당이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야 간 다툼으로 국정감사 일정이 지연됐고 내년 예산안 심사 등을 감안하면 연내 법안 논의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지주사 KB금융은 지난달 투자보고서에서 “업계에서는 10월 이전까지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터넷은행은 단순한 인터넷 송금서비스 제공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태”라며 “야당은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고 있어 내년에도 통과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될 우려는 크지 않은데도 야당이 은산분리라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면서 “연내 법 개정에 최대한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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