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달 2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해양수산부 질의에 나선 한 국회의원이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참석한 한 시민에게 정부부처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신이 전달할 테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 것이다. 궁금하면 말하라고도 했다. 대신 물어 답을 듣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질문할 시간이 부족하니 '빨리빨리' 답변하라는 것이 일상인 국감에서 이례적인 풍경이다.
그 이상한 질의에 나선 인물은 정인화 국민의당 국회의원이었다. 정 의원으로부터 사실상 국정감사 질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받은 사람은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다.
정 의원은 질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경근 참고인 나오셨나요. 발언대로 나와주세요. 참고인은 세월호 가족 협의회 집행위원장으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 많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있을 텐데 하시고 싶은 이야기 말씀하십시오. 저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할 테니. 다만 말씀하시다 해양수산부 견해 듣고 싶으면 이야기하세요. 그럼 제가 장관님께 그 견해를 (대신) 전달해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쭈뼛쭈뼛 발언대에 선 유 위원장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분의 미수습자가 지금이라도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절하고 최선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인양방식과 관련해 애초 90여 개를 넘어선 130개에 가까운 파공이 이뤄진 점, 선체 훼손이 심각한 점, 정부 약속과 달리 선체 인양 시점이 늦어진 점, 정부의 인양방식을 이용할 경우 화물칸이 무너져 선실이 무너질 가능성 등 그동안 가족들이 하고 싶은 말과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정 의원은 추임새를 넣든 중간중간 발언하다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김영석 해수부 장관에게 "답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정 의원으로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김 장관은 10월 말까지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외에도 해수부 관계자들은 유 위원장에게 비교적 소상하게 인양 과정의 경과와 향후 진행계획을 소개했고, 유 위원장이 제기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날 소통을 이야기했었다. "어떤 공정을 거치든 그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설득해서 함께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과정을 보장해달라고 했는데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 과정을 통보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인양을 방해하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면서 "서로 동의할 수 있도록 노력이 아니라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와 그 가족들은 정부를 상대하면서 느끼는 절망감을 토로한 것이다. 그나마 이날은 정 의원이 사실상 자신의 발언 시간을 유 위원장에게 허락하면서 그동안과 다른 방식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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