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사흘째 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전격적인 국정감사 복귀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다.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강경 노선으로 일관해 온 친박(친박근혜)당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28일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사흘간 이어온 20대 국회 첫 국감 거부를 그대류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당장 국감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충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이 복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신 이 대표의 단식에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함께 동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홀로 단식중인 이 대표를 두고 국감에 복귀할 수 없다"는 표면적 이유를 들었지만, 지도부와 상의 없이 국감 복귀를 결정한 이 대표에 대한 반발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29일부터 국감에 임해달라"며 집권여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은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발언 직후 곧바로 의총을 소집해 국감 복귀를 논의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워낙 거세 쉽게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 일부 친박 의원들은 "이 대표 홀로 국감 복귀를 결정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는 "당장 복귀하기보다 2~3일 더 기다렸다가 결정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 대표의 '즉흥 발표'에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격노했다. 서 의원은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라면서 "(이 대표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의원들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함께 단식을 이어가는 것으로 모양새를 갖추면서 이 대표의 요청을 여당을 위한 '진언'으로 치장하는 선에서 일단락짓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달 취임한 이 대표의 위상은 흔들리게 됐다. 애초 의총 전에는 "이 대표의 발언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소속 의원들이 이를 가볍게 뒤집으면서 당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