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생회 "예수회 중심 이사회 개혁해야" 요구…오늘 임시이사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 계획을 놓고 촉발된 서강대학교의 학내 갈등이 재단이사회에 대한 개혁 요구로 격화되고 있다. 총장에 이어 재학생과 졸업생들까지 학교법인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예수회' 신부들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서강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장희웅 총학생회장과 서혁진 지식융합학부 학생회장의 단식 농성이 이날로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가 현재 이사 12명 중 6명인 예수회 소속 이사회 임원을 4명 이하로 감축하고, 학교법인의 법정부담금 기준액 전액을 납부하겠다는 서약서를 통과시킬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회가 남양주 제2캠퍼스 사업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이사회가 캠퍼스 건립을 보류시킨 만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지난 19일 "신부 이사들의 전횡을 막아달라"며 로마 예수회 총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유 총장은 탄원서에서 "7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재정적 어려움에도 (예수회 신부들이 주도하는) 이사회는 이를 해결할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데다 남양주캠퍼스 설립 계획과 관련한 예수회와 동문·교수·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학교 공동체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제천 예수회 한국관구장이 이사회 이름으로 (남양주캠퍼스) 사업을 중단시켰다"며 "정 관구장과 일부 예수회원들은 학교가 변화와 개혁을 통해 더 발전하면 자신들의 영향력과 장악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총동문회도 지난 22일부터 서강대 경영에서 한국 예수회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 이틀만에 졸업생 36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동문회는 예수회 이사 인원을 이사회 정수의 4분의 1인 3명 이하로 줄이고, 예수회원만이 이사장을 맡도록 한 학교법인 정관규정을 없앨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예수회 관구장의 전횡으로 이사회가 비상식적으로 운영돼 왔다"며 "이같은 파행적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와 학생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한국예수회 측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인 이사회는 26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남양주 캠퍼스 설립문제와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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