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물류대란] 대한항공 이사회 'Go도, Stop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종합)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총 4번, 14시간' 대한항공 이사회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할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관건은 배임죄다. 일부 이사진은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은 배임죄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을 어떻게 도출하느갸가 한진해운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일 한진그룹 관계자는 "어제(18일)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오늘 다시 이사회를 가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오늘 이사회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벌써 4번째 이사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6일 해외 터미널(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한 600억원 자금 융통과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안건을 놓고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오전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서 첫 이사회를 열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융통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일부 이사들의 지적에 따라 연기됐다.

이후 지난 9일과 10일 그리고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총 4차례에 걸쳐 열린 이사회에서도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이 났다.

당초 계획대로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을 경우 담보 대출기관 6곳과 다른 대주주 1곳 등 총 7곳의 동의를 받는 작업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에 대한항공 내부에서 조차도 실제 자금 집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사안으로 4번이나 이사회를 갖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고 엄중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해외 터미널 담보 선취득 대신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는 방안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출금 600억원의 절대 금액이 많지 않고 (매출채권의 경우) 담보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의 발목을 잡는 것은 회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배임 가능성 적용에 있다"면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이사회가 결론을 내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뾰족한 수가 없지만 대한항공이 이미 600억원 지원을 입밖으로 내놓은 상황이라 대안 찾기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장시간 논의했으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정회했다"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다시 속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