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민영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해마다 '추석 징크스'에 시달리던 국내 증시가 올해는 미국과 북한에서 불어온 악재에 대장주 삼성전자까지 사고(?)를 친 탓에 3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코스피 수익률 통계를 보면 추석을 앞두고선 0.9% 떨어졌고, 추석 이후에는 1.4% 밀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39포인트(2.28%) 내린 1,991.48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34.20포인트(1.68%) 급락한 2003.67로 출발해 외국인의 매도세에 장중 2000선을 내준 뒤 결국 1990선에도 겨우 턱걸이했다.
코스피가 1990선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지난달 3일(1994.79) 이후 한 달여(27거래일) 만이다.
올해는 코스피가 9일과 12일 불과 이틀만에 2050대에서 2000선 밑으로 밀렸다. 추석 징크스에다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 급락, 북한 핵실험 이슈 등의 악재들이 겹친 탓이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연휴(14~16일)로 12~13일 이틀만 증시가 열리는 만큼 시장은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2013년 추석을 앞둔 주식시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추석이 있는 주에 2영업일만 열린다는 점과 추석 이후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둔 점을 감안하면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이틀간 장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이 열리지 않는 연휴 기간에 예상치 못했던 대내외 악재가 돌출할 경우 연휴 이후 시장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주 코스피가 장중 2070선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새로 쓴 상황이라서 가격 부담이 있다는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휴 중 예정된 미국 8월 경제지표 발표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에는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불거져 하락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추석 연휴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시장에서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FOMC를 앞두고 관망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7 리콜 이슈로 고전하는 삼성전자도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전량 리콜 조치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이번 사태가 미국 등 세계 각국 항공사에 이어 삼성전자 차원에서도 사용중지 권고가 나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거래에서도 미국 항공당국이 갤럭시노트7을 기내에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권고하고, 8년 만에 미국 다우존스 지속경영가능지수(DJSI) 월드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3.9%나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에도 5% 이상 추가 하락하며 150만원선도 무너졌다.
북한이 감행한 제5차 핵실험은 실험 당일인 지난 9일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쪽으로 전개될 경우 증시에 지속적인 악재로작용할 수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추석연휴중 예정된 연준 위원들의 연설과 미국 8월 경제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현 시장에 반영돼 있는 연준의 금리인상 확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투자를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FOMC 회의 당일까지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되는 만큼 연휴 이후 경계감은 더욱 커질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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