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최 전 회장 경영능력·모럴해저드 지적…물류대란 대책 마련 촉구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여야는 최 전 회장의 경영 능력상의 문제와 모럴해저드를 꼬집고, 한진발(發) 물류대란을 해소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 전 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며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 둘째 날인 9일 최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한진해운 경영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따져 물었다.
여야 의원들은 최 전 회장이 2007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로 부채비율이 2013년 1445%까지 치솟으며 부실이 누적된 점,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회사를 넘길 때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회사로부터 연봉과 퇴직금 97억원을 챙긴 점 등을 지적했다.
현재 최 전 회장이 대표로 있는 유수홀딩스가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해 매년 임대료 140억원을 챙긴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전 회장에게 "해운산업과 관련해서 어떤 능력이 있다고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나"라며 "증인이 결론적으로 한진해운 몰락의 주범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의 무리한 확장운영과 무능한 방만 경영이 지금 한진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영에서 물러난 지 2년9개월 지났고, 어떠한 힘이 없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한 사재 출연 요구에도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최 전 회장에게 "유수홀딩스 지분을 최 회장이 18.1%, 두 자녀가 각각 9.5%씩 총 37%를 갖고 있다"며 "한진해운의 경영책임과 정상화를 위해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전 회장은 "그 지분은 유수홀딩스 경영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출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정도는 희생하겠다'라는 식의 사회적 약속을 해달라"는 민병두 더민주 의원의 요구에 최 전 회장은 "검찰조사를 받고 있어 정신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 고민해보고 실천하겠다"고 말하며 확답을 피했다.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최 전 회장에 대해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문제"라며 "단순히 한진 해운 업계의 문제라기보다 상속 등으로 유지된 재벌 경영 시스템이 한계가 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실력이나 자질, 경험이 없는데도 오직 친인척, 배우자라는 이유로 거대 기업의 경영권을 맡게 된다면 결국 한국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진해운 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물류대란 사태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수출기업의 타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와 청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때 물류대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커녕 오작동타워가 된 정부의 모습"이라며 "지금이라도 물류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하역비용을 어떻게 긴급 지원할지 깊은 고민하고 즉각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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