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김인식 감독(69)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우리 대표팀을 맡자마자 수심에 잠겼다. 단기전의 승부는 투수진에 달렸는데, 마운드를 믿고 맡길 오른손투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도 "오른손투수가 없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프로야구 팀들은 오른손투수 기근에 시달렸다. 김인식 감독은 LG트윈스의 류제국(33)을 마음에 두고 있다. 류제국은 올 시즌 스물 네경기에 선발로 나가 10승10패 방어율 4.61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만 놓고 봤을때 올 시즌 국내 최고의 오른손투수는 넥센의 신재영(27)이다.
신재영은 스물 다섯 경기에 선발투수로만 나가 14승5패를 기록했다. 오른손투수 가운데 최다승이며 방어율(3.62)은 가장 낮다. 투구 이닝(146.2)도 윤성환(삼성·161.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신재영은 오른손투수지만 언더핸드라는 점에서 류제국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더핸드가 국제대회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민철(44)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언더핸드 투수는 외국인 타자들에게 낯설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언더나 사이드암 투수가 좋은 성적을 낸 사례가 많다. 정대현(38)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을 두 번 만나 예선에서는 7이닝 무실점, 4강전에서는 6.1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할 때 결승전 마무리투수를 맡기도 했다.
신재영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투피치' 투구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민철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투피치 투구에 익숙해지면 투수가 불리하지만 WBC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인식 감독이 류제국을 언급했으로 그가 말한 오른손투수는 '오른손 정통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 해설위원의 말처럼 신재영도 생각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올해 성적이 오른손투수 중에 가장 좋다. 외국인 선수들이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한 면이 있으므로 중간투수로도 요긴하다. 신재영도 WBC에 나갈 자격은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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