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역할 규명…광범위한 항바이러스제 개발 기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신규 단백질 기능이 규명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기대됩니다.
국내연구팀이 세포내 EPRS 단백질의 항바이러스 면역 활성 기전을 규명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에볼라, 독감 바이러스 등 광범위한 RNA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PRS(glutamyl-prolyl-tRNA synhtetase)란 단백질합성에 필수적 효소중 하나로 세포내에서 효소복합체의 구성원으로 존재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고등생물에 존재하는 단백질합성에 필수적인 20종류의 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는 효소로서의 기능 외에도 세포 항상성 유지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20종류의 효소 중에서 9종은 세포질 내에서 거대 복합체 형태를 이뤄 존재합니다. 효소들이 복합체로 존재하는 이유를 30년 이상 많은 연구 그룹에서 규명하려고 노력했는데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거대 효소복합체의 근원적 세포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입체구조분석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모든 세포내에 존재하고 있는 효소복합체는 단백질합성효소로서의 기능 이외에도 감염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 대응해 감시와 면역 조절시스템으로서 세포 항상성 유지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인체에 독감 바이러스(influenza A virus)와 같은 알엔에이(RNA)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즉각적으로 이를 인지한 효소복합체는 EPRS 단백질을 방출시켜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에 매우 중요하게 기능을 하는 단백질(MAVS)을 보호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EPRS가 결여된 마우스는 항바이러스 싸이토카인 분비가 약해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떨어져 생존율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와 반대로 EPRS가 과발현되면 바이러스 증식 억제 능력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복합체로부터 감염신호를 받은 효소복합체의 EPRS 단백질에 구조적 변형이 일어나 방출되고 이후 항바이러스 단백질(MAVS)을 보호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선천성 면역 활성 인자로 기능을 함을 규명했습니다. 면역조절 시스템으로 작용하는 효소복합체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한 것이죠.
이번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미생물면역연구센터 김명희 박사팀 (공동교신저자: 김명희 박사, 공동제1저자: 이은영 박사)이 충남대학교 수의대학 이종수 교수팀(공동교신저자: 이종수 교수, 공동제1저자: 이현철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공동 수행했습니다. 면역학 분야의 저널인 'Nature Immunology' 9월5일자(우리나라 시간 9월6일) 온라인 판(논문명 : Infection-specific phosphorylation of glutamyl-prolyl tRNA synthetase induces antiviral immunity)에 실렸습니다.
김명희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모든 세포내에 존재하는 단백질합성에 필수적 효소복합체가 효소로서의 기능외에도 감염됐을 때 세포항상성을 위한 면역조절시스템으로 기능을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특히 효소 복합체 중 EPRS 단백질의 항바이러스 면역 활성 기전 규명으로 항바이러스 단백질(MAVS)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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