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유승준과 그 가족은 지난 13년여 동안 가혹한 비난과 조롱을 감내하면서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합니다."
가수 유승준(40ㆍ미국명 스티브 유)의 국내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이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밝힌 입장이다.
유승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외동포 비자(F-4)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소송의 1심 결과가 이달 30일에 나온다. 소송이 제기된 지 11개월 만이다.
우리 법무부는 유승준을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그의 입국을 제한했다.
LA 총영사관의 처분은 이 같은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유승준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5월 그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입국을 타진하면서 재점화됐다.
유승준이 한국 대중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보이거나 입장을 밝힌 건 약 13년 만이었다.
당시 유승준은 "현실적으로 징집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대에 가라면 가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일갈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유승준의 방송이 공개된 뒤 자신의 SNS에서 "(법적으로 입대가)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그대는 눈물에 약한 한국민의 착한 심성을 악용해 또 다시 능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시장은 또 "그대보다 훨씬 어려운 삶을 사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다가 오늘도 총기 사고로 죽어가는 엄혹한 나라 대한민국에 돌아오고 싶나. 한국인들 주머니의 돈이 더 필요하나"라고 다그쳤다.
소송을 통해 유승준이 다시 입국 자격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리도 법리이지만 법원이나 법무부가 그를 한국에 들이는 결정을 하는 건 극도로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 "이 시장의 지난해 언급은 그런 부담과 정서를 아주 잘 요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종 부조리와 불의, 기득권에 휘둘리는 많은 보통사람들에게 병역 문제는 최소한의 정의를 상징하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법원이든 법무부든 매우 원칙적으로, 동시에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백 보 양보해 법리상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입대를 공언하고는 갑자기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행위는 설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 고위층이나 유명인들의 병역 기피 및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사회 전반의 '감정법'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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