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 "집, 회사, 교회 밖에 모르던 사람…5년 전부터 힘들어해"
이 부회장 아내 최근 대장암 수술…충격 받을까 남편 죽음 아직 안알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조호윤 기자]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의 빈소에는 아침일찍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식조문이 시작된 지난 27일부터 이틀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 롯데 임직원들이 주로 조문을 했다면 이날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등 각계 주요인사들이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 등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로 14명으로 구성된 장례집행위원들은 3일째 이 부회장의 아들 내외와 조문객을 맞았다.
조문객들은 생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애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부분 이 부회장이 업무적인 면에서 철두철미했고, 성품은 소탈하고 자상했다고 회고했다. 청탁을 받지 않기 위해 골프를 치지 않고, 협력업체 관계자도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서울 충신교회 장로를 지냈던 이 부회장을 조문 온 박종순 원로목사는 "(이 부회장이) 회사와 집, 교회 밖에 모를 정도로 자기 관리도 엄격했다"며 "5년 전부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안타까운 가정사도 들렸다. 롯데 계열사 한 임원은 "유서에 (부인의)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많았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듣고 우환이 있는 줄 알았다"며 "평소 내색을 하지 않아 주위사람들 모두 아무도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정상생활이 어려운 아내를 매일 산책시키고 밥을 떠먹여줬다고 한다. 부인은 최근 대장암 수술까지 받았으며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족들이 아직 알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침착하고 사리판단한 분명하셨던 분"이라며 "롯데사태가 잘 해결돼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온화하고 강직한 성품이었다"며 "평소 애국적인 말씀을 많이하는 훌륭한 경제인 잃어 안타깝다"고 했다.
43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은 이 부회장은 총수 일가와 그룹 대소사는 물론 계열사 경영까지 총괄하는 롯데그룹의 '실질적 살림꾼'으로 꼽힌다. 신 회장이 공식 조문 첫날 조문을 마친 뒤 비통해하며 계속 눈물을 보일만큼 이 부회장에 많이 의지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계속되는 악재에 그룹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은 그룹 대내외 살림을 책임진 그의 공백을 채워야되는 숙제까지 안게 됐다.
특히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가운데 경영전반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에 구멍이 생겼다는 점은 롯데로서는 또 다른 대형 악재나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 실장과 소 단장도 검찰 조사를 받고있어 '제2의 이인원' 역할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열사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이 위기상황일 때 중요한 중심 역할을 해왔던 이 부회장의 사망으로 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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