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미국 재무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탈세 감싸기에 나섰다. 자국기업 본사 해외 이전을 통한 탈세는 강력 제재하면서도, 자국 외 탈세는 권장하는 꼴이어서 이중적 잣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조사 중인 미국기업의 이전가격(Transfer price) 설정에 관한 조사 백서를 통해 "세제에 관한 월권행위며 유럽 공정경쟁당국의 역할을 확대하려고 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는 유럽의 규제는 전례가 없으며 미국기업의 기존 사례를 소급 적용했고, 기존 국제 세제 시스템에 맞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월11일 제이컵 루 미 재무부 장관이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탈세 조사를 제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구체화 한 것이다.
이전 가격은 다국적 회사의 각 법인이 국제 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기업 내 거래로 상호간의 거래를 취급하면서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EU는 2014년 6월 애플을 시작으로 스타벅스, 아마존 등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기업이 유럽 내 법인세가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유럽사무소를 두고 이전가격을 조작해 법인세 등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조사해 왔다.
미국의 지적에 대해 EU는 차별적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집행위 대변인은 "법은 유럽 내 있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며 "미국 기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U의 핵심 조사 대상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영국에서 최소 20억파운드(약 2조9731억원)의 수익을 거뒀으나 이중 약 0.6%인 1290만파운드(약 191억7688만원)만 세금으로 냈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20%다.
영국 BBC는 다음달 EU가 애플에 수백억파운드 규모의 세금 폭탄을 안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애플이 약 190억달러(21조3275억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재무부의 비난은 이중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미 정부는 자국 내 기업들이 외국기업과 합병을 통해 역외탈세에 나서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약사 화이자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앨러간 과의 합병에 나섰으나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해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몬산토와 독일 바이엘의 합병에 대해서도 미 공정당국은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