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상 콘텐츠·뉴스 등 골라보는 셋톱박스 '만방'
北 당국은 주체사상 교육, 김씨일가 다큐멘터리 방송에 집중할 가능성 높아
주민들은 중국산 기기 '노텔'로 한국 드라마·외국 영화 즐겨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북한에도 인터넷을 통해 TV 프로그램과 비디오 영상 콘텐츠, 뉴스 기사 등을 원하는 때에 수신할 수 있는 북한판 '넷플릭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각)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은 북한에도 원하는 영상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는 온디맨드 영상 콘텐츠용 셋톱박스 '만방'을 소개했다. 만방은 북한의 디지털 미디어 방송 사업의 일환이다. 북한 중앙TV(Korean Central Television) 유튜브 채널은 이 서비스가 북한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평양과 신주, 사리원 지역에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엔가젯은 "서비스의 질, 콘텐츠 등을 떠나 북한 내에서 이 같은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북한 전역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과 북한의 지도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 밖에 영어와 러시아어를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도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의 편리함 때문에 결국 온디맨드 비디오 영상 서비스 '만방'은 선전·선동용 도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 중앙TV는 '만방' 서비스를 '라디오 전파 방해를 극복해 방송이 닿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접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고 묘사했다.
한편 이같은 북한 당국의 움직임과 별도로 민간 차원에서도 디지털 미디어 보급이 활성화되고 있다. 엔가젯이 지난 3월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미 많은 북한 주민들이 노트북과 TV를 결합한 노텔(Notel)혹은 노트텔(Notetel)라는 기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텔은 중국에서 만든 일종의 미디어 플레이어로, 로이터 통신의 예상에 따르면 이미 도시 지역 주민들 중 절반 이상이 노텔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운영하는 내부망(인트라넷) 외에는 인터넷을 이용하기 힘들 일반 주민들도 노텔을 이용해 한국의 드라마나 외국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암암리에 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몰래 들여온 DVD나 USB를 통해 한국과 외국의 영상 콘텐츠를 담아온 뒤 노텔로 이를 감상하곤 한다"며 "당국에서 불법 영상을 봤는지 단속하러 나오면, USB와 DVD는 숨겨두고 북한 영화를 본 흔적만 남겨놓는 식으로 대처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