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정부를 상대로한 소송사기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21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12일 새벽 6시께 귀가했다.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별관 뒷문으로 나온 허 사장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허 사장은 전날 오전 9시2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허 사장은 소송 사기 과정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롯데케미칼이 화학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 넣어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앞서 허 사장은 지난 6월 검찰이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롯데케미칼을 지목하자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히며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허 사장은 당시 일본 롯데물산에 건너간 수수료와 관련해 "사업상 필요에 따라 일본 롯데물산을 이용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외환위기로 금리가 치솟아 자금 조달이 어려웠을 때 일본 롯데물산의 신용도를 이용해 싼 이자에 돈을 대출했다"고 밝히며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은 허 사장 조사를 통해 신 회장의 비자금뿐 아니라 새롭게 제기된 세무조사 무마 의혹까지 밝힌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허 사장이 부산지방국세청 로비 명목으로 세무법인 대표 김모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허 사장은 지난해 3월 모범납세자로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까지 받은 만큼 세무서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전날 허 사장과 함께 세금 부정 환급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기 전 사장은 2006~2008년 허위 장부를 근거로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법인세 207억원 등 253억원을 환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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