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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삶의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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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현모양처로 사회에 봉사하는 삶

김승연 한화 회장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삶의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 고(故) 강태영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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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한화그룹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부인이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모친인 강태영 여사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0세다. 한화그룹은 이날 "강 여사가 오늘 오전 7시13분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故) 아단(雅丹) 강태영 여사는 김종희 한화그룹 선대 회장과의 사이에 김영혜 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 의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 2남 1녀를 두었다.


강 여사는 1927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수원여고를 졸업했다. 양가 어른들의 소개로 인연이 되어 광복 직후인 1946년 결혼식을 올렸다. 강태영 여사는 유교적 성품을 간직한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강 여사는 김종희 창업주가 살아 계실 때 큰 목소리 한번 내는 일 없이 묵묵히 내조에만 신경을 썼다. 김 창업주에게 강 여사는 문화사업이나 육영사업 같은 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조언자이자 조력자이기도 했다.

60~70년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회장으로 김종희 창업주는 미국 등 각국 유력 인사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했다. 가회동 자택에는 외국 손님들도 자주 방문했는데, 당시 한국 전통의 가정에서 정성스런 식사를 대접받은 외빈들을 통해 미국 외교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다.


1971년 미국 레어드 국방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강태영 여사는 자택에서 정성껏 손님을 맞이했고, 국방장관의 부인이던 바바라 여사는 전형적인 한국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는 일화가 당시 신문지상에 소개되기도 했다.


후학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강태영 여사는 한화그룹 김종희 선대회장이 고향인 충남 천안에 북일고등학교를 세울 때에도 의견을 펼쳐 적극 반영했다. 온양온천을 다녀오는 길에 김 창업주와 강 여사는 미래인재양성의 대들보인 학교 설립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그 무렵 김 창업주는 학교 부지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었다. 이때 강 여사가 공장 부지로 사두었던 천안시 신부동 땅을 둘러보자고 제안했다. 1976년 3월, 신부동 국사봉 밑에 천안북일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1981년 7월 23일 배우자인 김종희 창업주가 59세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후 강 여사는 남편의 뜻을 살리기 위한 추모사업에 몰두했다. 사업의 일환으로 1983년 2월, 경기도 강화군 길상면에 ‘성디도 성전’을 축성 봉헌했다. ‘성디도’는 김 창업주의 성공회 세례명이기도 하다.


강 여사는 또 남편인 김 창업주와 사별한 이후 제대로 된 생일잔치를 벌인 적이 없다. 김승연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어머니가 희수(喜壽)를 맞을 때 온 가족이 뜻을 모아 잔치를 해드리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내 생일 잔치는 하지 않겠다’는 모친의 뜻을 꺾지 못했다”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에게 어머니 강태영 여사는 삶의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1981년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김승연 회장이 그룹 경영을 승계하자 젊은 CEO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는 우려 섞인 시각들도 있었으나, 강태영 여사는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장남인 김승연 회장을 믿고 의지했다.


강 여사의 기도와 바램처럼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은 제2의 창업을 실현했고, 국내 10대그룹, 포춘지 선정 글로벌 기업 277위로 성장했다. 김승연 회장에 대해 어린 나이에 회사 일을 맡긴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사업능력과 추진력은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김종희 창업주와 함께 성공회 신자였던 강태영 여사는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가 추진하는 사회사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힘겹고 가여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녀님들과 뜻을 함께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의지할 곳 없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성 안나의 집’과 ‘성 보나의 집’을 후원했으며, 수도회 채플을 축성해 봉헌함으로써 기쁨과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평온한 안식처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그 모든 일에 단 한번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 여사는 해마다 서울 북촌 마을회관 노인정에 떡을 돌렸다. 후에 김승연 회장이 북촌마을에 대한 지원 취지를 듣고는 떡과 함께 쌀을 기증한 일화는 가회동 일대에서 유명하다.


강태영 여사는 문화와 예술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문인들에게 강 여사는 애정 어린 후원자였다. 틈틈이 맛있는 요리를 주문해 문인들 집으로 보내줬으며, 김동리 선생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에는 선생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기도 했다. 강 여사 자신도 문인들과 시조시집을 발간하고, 문학동인을 만들어 문단활동을 하는 등 시조에 조예가 깊었다.


강태영 여사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으로 수집한 우리의 고전과 근현대 문학자료를 자신의 아호를 따서 2005년 만든 재단법인 아단문고(雅丹文庫)를 통해 한국 고서적과 근현대 문학자료들을 수집해 학계에 연구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한국 고문서학자와 서지학자들에게 한국학 연구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강 여사는 1985년부터 한국 전통문화의 토대를 마련한 전적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1989년부터는 저명 문인들의 친필과 유품 등을 기증받았다. 이인직의 '혈의 누', 박목월ㆍ조지훈ㆍ박두진의 '청록집', 나운규의 '아리랑', 문예지 '소년'과 '창조', 주시경의 '조선어문법' 등 희귀 근현대 문학자료 등 귀중한 문학자료가 포함돼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3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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