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도로가 폭삭 주저앉았다. 지나가던 자동차가 구덩이 속으로 처박혔다. 집중호우 때 생긴 틈으로 물살이 파고들었고, 아스팔트를 떠받치던 흙과 자갈이 떠내려갔다. 아스팔트 포도는 한동안 공중에 떠 있었다. 자동차는 그곳이 바닥인 줄 알고 달렸다.
빙산은 물 위에 떠 있고, 대륙은 맨틀 위에 떠 있다. 나는 가끔 발아래가 의심스럽다.
저수지 중앙은 얼지 않았다. 저수지가 숨을 쉴 때마다 물안개가 피어올랐고, 물고기들은 얼음장 밑에서 행복했다. 나는 아파트 7층에 산다.
고상돈은 매킨리봉 크레바스에 빠져 죽었다. 자일에 매달려 날개가 꺾인 채 발견되었다.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사는 것인지, 올라가기 위해 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새들이 나는 곳이 모두 하늘은 아니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지반침하 사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어느 날 갑자기 도로가 꺼지기도 하고 인도가 가라앉기도 한다. 심지어 철도도 곳곳이 위험하다고 한다. 때로는 멀쩡하던 건물 하나가 통째 땅속으로 끌려들어 가기도 한다. 정말이지 "발아래가 의심스럽다." 그런데 의심스러운 건 발아래 우리가 디디고 있는 땅만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모든 인간관계가 훅 끊어지기도 하고, 통장 잔고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출근을 해 보니 내 책상이 저 아래 지하로 굴러떨어져 있기도 하다. 한번 빠지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크레바스들이 도처마다 가득하다. 아니 실은 우리가 스스로 그런 크레바스들을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저 빌딩들과 아파트들로 빼곡한 도시를 보고 있자면, 도시 전체가 차라리 거대한 크레바스이지 않은가. 그 사이를 새들이 필사적으로 날고 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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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크레바스/박후기](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608110804506197050A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