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가슴에 태극기 달았는데 국대급 연기 보여줘야죠

시계아이콘02분 2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10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대표2'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변신한 수애

가슴에 태극기 달았는데 국대급 연기 보여줘야죠 배우 수애
AD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철갑 같은 보호 장비를 두르고 빙상 위를 질주한다. 스틱을 자유자재로 휘젓더니 빈 공간으로 날카롭게 퍽을 날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첩하고 재치가 넘친다. 여린 얼굴이지만 수비에서도 몸싸움을 마다않고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 '국가대표2'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변신한 배우 수애(37)의 활약상이다.

그녀는 운동신경이 좋다. 학창시절 육상선수로 활동했다. 영화 '심야의 FM(2010년)'에 출연해 아이들을 납치한 한동수(유지태)의 택시를 뒤쫓는 신에서 10㎝ 하이힐을 신고도 100m를 전력 질주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카메라 감독이 그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계속 NG가 났다. 열 차례 반복된 전력질주에도 얼굴색 하나 바뀌는 않는 그녀를 보고 유지태(40)는 "진짜 빨리 뛴다"며 혀를 내둘렀다.


가슴에 태극기 달았는데 국대급 연기 보여줘야죠 영화 '국가대표2' 스틸 컷

그녀는 여전히 운동에 빠져 있다. 최근에는 테니스를 시작했다. 격한 운동에서 재미를 느낀단다. 그런데 그동안 액션영화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이 유일하다. 충무로가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니다. 수애가 작품을 고르는데 있어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이다. 그녀를 지난 29일 삼청동 카페 슬로우파크에서 만났다. 수애는 "'국가대표2'의 원제가 '아이스 호케이(하키의 북한어)'였다. 지금처럼 '국가대표'라는 제목을 전면에 내걸었다면 부담이 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아도 국가대표를 연기하는 것이 어디 쉽나요. 괜히 도전했다가 한계에 부딪혀 상처만 받을 수 있어요. 신경 쓸 부분이 많잖아요. 국가대표인데."


그녀는 국가대표 에이스 리지원을 연기한다. 누구보다 날렵하고 다양한 기술을 구사한다. 어려운 동작이나 기술은 실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대신 했다. 수애는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래도 에이스인데 운동을 많이 한 친구일 거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읽는데 반팔 티셔츠를 입는 장면이 몇 신 있더라고요. 팔뚝이 가녀리게 나오면 안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운동했어요. 견고해 보이고 싶었는데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네요."


가슴에 태극기 달았는데 국대급 연기 보여줘야죠 영화 '국가대표2' 스틸 컷


그녀는 이번에 처음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자주 타지만 균형을 잡는 법부터 다르다. 앞으로 자신 있게 나가려면 주어진 3개월 동안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영화 초반에 강대웅 감독(오달수)이 아이스하키를 가르치면서 계속 넘어지는 장면이 나와요. 처음 스케이트를 탔을 때 제 모습이 그랬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주위에서 스턴트맨이 따로 있으니까 살살 하라고 말렸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서 있는 자세부터 국가대표다워야 하잖아요. 몸에 멍이 들어도 일어나길 몇 번씩 반복했죠. 그 덕에 리지원을 연기할 수 있을 만큼 스케이트를 타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얼음이 벅벅 갈라지는 소리에 쾌감을 느끼고 있어요."


수애는 다른 배우보다 폭넓은 감정을 연기해야 했다. 리지원은 탈북자다.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 리지혜(박소담)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산다. 둘은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조우한다. 그녀는 둘의 만남에서 나오는 감정이 강조되길 바랐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적힌 표준말 대신 북한말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김종현 감독(46)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의 결혼원정기(2005년)'에서 김라라를 연기하면서 북한말을 배우기도 했지만 동생과 떨어져 지내니까 감정을 쌓을 여지가 회상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북한말을 써야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올 것 같았죠. 그 마음을 표현하려고 촬영 전날까지 소담이를 만나지 않았어요. 어떤 교감도 없이 호흡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서로를 신뢰한 덕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가슴에 태극기 달았는데 국대급 연기 보여줘야죠 영화 '국가대표2' 스틸 컷


국가대표2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는 네 경기가 아닌 세 경기를 했다. 일본에 0-21, 중국에 1-30, 북한에 0-10으로 졌다. 영화에서는 모두 한 점 안팎의 박빙 경기다. 리지원은 1999년 탈북한 황보영에서 착안한 인물이다. 그는 북한과 경기에서 상처를 받았다. 경기 전 의례적 인사에서 신정란, 김봉련 등 친구들에게 외면당했고, 경기 중 한 선수에게는 욕설까지 들었다. 관중석 분위기 역시 싸늘했다. 민단과 조총련이 멀찌감치 떨어져 당시 한반도 분위기를 반영하듯 차갑게 맞섰다. 영화는 이런 디테일을 거의 그리지 않는다. 그저 극적으로 보여주는데 몰두한다.


수애는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가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열악한 현실에서 운동하면서도 2018년 평창올림픽 본선 자동 출전권을 받았잖아요. 그들이 '꿈의 무대'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고 멋진 승부를 펼쳤으면 해요. 우리 모두의 응원이 필요해요." 그녀는 이번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가더라도 여자 아이스하키를 계속 홍보할 생각이다. "현역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들과 함께 하며 비인기종목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요. 여전히 열악하더라고요. 연습하면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가슴에 태극기 달았는데 국대급 연기 보여줘야죠 영화 '국가대표2' 스틸 컷


이렇게 가슴을 뜨겁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수애는 유니폼에 새겨진 'KOREA'와 태극문양을 가리켰다. "촬영을 하면서 그 무게감에 짓눌릴 때가 많았지만, 한 나라의 국가대표라는 것이 얼마나 큰 명예인지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당연히 6~22일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맞는 자세도 달라졌다. "영화 홍보 등으로 (바빠서) 브라질에 갈 수는 없지만, 텔레비전을 켜놓고 정말 열심히 응원할 거예요. 우리 선수 모두의 땀방울이 꼭 좋은 결실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