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오심, 3년전 월드컵 후 훌훌…"선수위원 됐으면" "최고의 검객" 응원하는 사이로
[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 신아람(30)과 브리타 하이데만(34ㆍ독일)은 올해도 나란히 리우에 갔다. 그러나 피스트(펜싱 경기장)에서 만나지는 않는다. 하이데만은 세계 14위 안에 들지 못해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 자격으로 갔다. 4년 전 신아람은 피스트 위에서 눈물을 흘렸고, 하이데만은 불편한 마음으로 검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가 됐다.
하이데만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서 국내 언론(중앙일보)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은 신아람과 '좋은 친구 사이'라고 했다. 한국 펜싱팀과 신아람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그는 "안녕하세요. 저는 펜싱 선수 브리타 하이데만입니다. 한국 펜싱팀, 에페팀에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아람 선수, 전 당신이 최고의 검객이라는 것을 압니다"라고 했다.
신아람과 하이데만의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 경기. 신아람과 하이데만은 막상막하였다. 5대5. 팽팽한 승부는 경기 종료까지 1초를 남기고 있었다. 신아람은 경기 전 추첨을 통해 '프리오리테'를 갖고 있었다. '경기가 동점으로 끝나면 승리한다'는 우선권이다. 결승 고지가 눈앞에 보였다. 그런데 심판이 다 돌아간 시계를 돌려 남은 경기 시간을 0초에서 1초로 되돌렸다.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신아람은 0.93초 만에 하이데만에게 결승점을 뺏겼다. 신아람은 눈물을 흘리며 항의했지만 판정을 돌이킬 수 없었다.
1년 뒤, 설욕의 순간이 왔다. 신아람과 하이데만은 2013년 5월 19일 열린 펜싱 월드컵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장소는 리우데자네이루였다. 모든 상황이 1년 전과 비슷했다. 다만 이 대회에는 우선권 제도가 없었다. 둘은 5대5로 맞선 채 연장전에 들어갔다. 신아람은 하이데만의 공격을 막고 역습 찌르기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정확히 흘렀다. 경기 직후 이들은 포옹을 나누며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신아람은 "우리는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각종 대회에서 자주 만났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의) 오심은 그 선수의 잘못이 아니다. 하이데만이 리우올림픽의 선수위원으로 뽑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신아람은 오는 6일 여자 개인 에페 64강전에 나간다. 단체전은 11일에 열린다. 한국 펜싱대표팀은 6일부터 14일까지 에페ㆍ플뢰레ㆍ사브르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아홉개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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