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김영란법 개정안, 3년전 정부 원안 베낀 것"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김영란법에 공익적 목적의 고충민원 행위를 예외로 하는 조항이 들어간 것은 국회의원을 빼기 위해 조항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원안에 담긴 조항 두개를 하나로 합친 것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법을 고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 달라."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이 명시되어 있는 부정청탁 15개와 관련해 예외가 없다. (국회의원이 예외라고 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은) 법을 제대로 안 봤거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것에 불과하다"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심사의 주역을 맡았던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불거진 논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가 김영란법 심사과정에서 국회의원을 예외로 했다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만든 법 원안에 해당 내용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회는 심의를 통해 이를 보다 간소화하기 위해 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회가 집어넣은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영란 전 위원장이 만든 원안(권익위 입법예고안) 8조3항4, 7에는 고충민원에 대해서 선출직과 시민단체 등이 공직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서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국회 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새롭게 추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조항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2개의 조항을 풀어쓰지 않고 법률적 용어인 고충민원이라는 법률적 용어로 압축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규정이 들어간 이유도 국회의원들의 이해나 특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해당법률이 추가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청원법과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에는 국민들의 민원제출은 정부가 정한 문서로만 해야 한다. 행정기관 등은 비치된 서류를 통해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정당 시민 등에 민원을 제출할 때에는 문서로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전할 수 있는데, 구두로 전한 민원은 정당한 민원으로 취급되지 않을 소지가 있다. 구두이든 서류에 의해서든 국민이 민원 등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첩한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원안에 담긴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 시민단체 등에 고충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 등이 해당 조항을 만들었고, 국회 역시 심사과정에서 이를 존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 의원은 이 같은 논란을 부추긴 일부 의원들에 대해 "유감이 있다"며 "법 제대로 안 본 상태에서 비판 여론에 편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국회의원이 김영란법에 예외로 남아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담은 김영란법 개정안을 낸 안 전 대표에 대해 김 전 의원은 "3년 전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거의 똑같이 냈다"면서 "지난 3년간 (국회 등에서) 어떤 검토와 토론이 있었는지 살펴보지 않은 채 (정부안을) 베끼다시피 해서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 김영란법을 둘러싼 각종 혼란과 관련해 권익위의 책임을 매섭게 꼬집었다. 그는 "권익위가 책임을 방기해왔다"며 "1년 반이 넘도록 뭘 준비했나. (법 제정 이후 시행까지) 유예기간을 준 것은 권익위에 준비하라고 시간을 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해 10월까지 시행령을 만들고 올해에는 사례집과 매뉴얼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알리라고 했던 것인데 아무것도 안했다"고 지적했다. 최근이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권익위가 책임의식을 갖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김영란법을 심사할 때 관심사항은 누구를 넣고 누구를 뺄지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정말 우려했던 점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주권 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공직자들이 국민들이 제기한 고충 민원 등에 대해 김영란법을 핑계 삼아 회피할지 모른다는 염려를 내비친 것이다. 그는 언론을 상대로 "공무원이 국민들의 정책건의와 민원 요구사항에 대해 깔고 뭉개고 소극적으로 하는 것이 김영란법으로 합리화되지 않도록 하는 감시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향후 김영란법과 관련해 "법 시행이 이뤄지면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편법이 횡행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애 대해서는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 지하경제를 발본색원하고 경제 성장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영란법은 시행령 등을 통해 (권익위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가액을 높였다 점진적으로 강화하자는 여론이 있었고 이를 권익위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일단 김영란법 기준 가액들은 좀 관대하게 적용했다 이후에 제도의 성숙도에 따라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줬는데, 권익위가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기준(3-5-10)은 정부가 책임 있게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이 법이 소위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