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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게 다 까마귀 탓이다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아무 인과관계 없이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일. 그것을 우리는 우연이라 말한다. 부지불식간에 아무런 계획이랄 것도 본인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벌어지는 것이니 그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영역이 아님에 틀림없다.


과학계에서 위대한 업적은 이런 우연에서 시작된 게 적지 않다. 목욕탕 물이 넘친 것에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떠올린 아르키메데스나 배양접시를 치우지 않은 채 떠난 휴가 덕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처럼. 다이너마이트나 포스트잇 등도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한 예다. 이런 우연한 발견은 말할 것도 없이 과학 문명의 혁신과 진보를 앞당겼으며 지구인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불교에서는 부부의 연을 맺으려면 전생에 7000 겁의 인연이 쌓여야 한다고 믿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그래서 헛된 말이 아니다. 우연한 만남도 영겁의 인연이 얽혀 있는 것이라면 우연은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전지전능한 힘이 작용한 것이리라.


이렇게 놓고 보면 세상 일 그 어떤 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없다. '오랜만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동네 목욕탕을 찾은 날은 한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이 꼭 걸리는' 머피의 법칙 따위는 성립할 수조차 없다. 더구나 '꼬질꼬질 지저분한 모습을 그녀에게 들키지 말아야지 하면 벌써 저기서 그녀가 날 어어없이 바라보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를 확대하면 앞서 예를 든 과학자들의 세렌디피티 역시 그저 운좋은 발견이라고만 할 수 없다. 한가지 주제를 두고 수많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무수한 실패를 거듭했을 과학자에게 찾아온 필연적 영감이며 운명적 발견이라 하는 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요즘 세 사람의 '우연한' 관계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잘나가던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서울 강남 요지에 있던 1300억원대의 부동산을 팔았는데 '하필이면' 거래 상대가 잘나가는 게임업체였다. 그 기업의 오너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1위를 기록한 검사장과 '우연찮게' 친구였다. 그들의 우정은 금전관계로 이어져 검사장 친구는 '뜻밖에' 120억원대의 주식 대박을 터트렸다. 청와대 수석과 검사장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로 같은 학교 선후배에 둘 다 대학 재학중에 사시에 합격한데다 나란히 엘리트 검사 코스를 밟았다. 그렇다고 청와대 수석이 검사장의 승진 때 검증을 소홀히 했을 것이라는 것은 단지 '추측'에 불과하다.


청와대 수석으로 얘기를 좁히면 우연은 더 반복된다. 아들이 군 입대전 인턴으로 근무하며 모셨던 국회의원이 장관에 기용된 것은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짐작'에 불과하다. 의무경찰로 입대한 아들은 마침 '줄을 잘 서서' 경비대에서 운전병으로 빠졌다. 그 의경 아들이 1년간 총 50번이나 외박을 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걸 어쩌란 말인가, 까마귀를 탓해야지 그렇다고 배나무를 통째 자를 수야 없지 않느냐. 뒤늦게 특별감찰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의 첫 반응은 대략 이에 가까웠다. 배가 떨어질 때마다 까마귀가 날았는데 아직은 어떤 인과관계도 확증적으로 드러난 게 없으니 까마귀라도 탓해야 할 지 모르겠다. 까마귀는 왜 하필 그때 날아가지고.


憑堂(빙당)·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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