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8일 휴가에서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우 수석이 결자해지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관측했지만 정상적으로 근무함으로써 자진 사퇴 가능성은 당분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우 수석이 휴가를 떠난 사이 우 수석의 효성 고발 주도 및 압력 의혹 등이 추가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수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으며 청와대 입성 후에도 뒤를 봐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우 수석의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진 검사장은 수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대한항공에 청소용역을 요구하고 우 수석이 처가 건물을 넥슨에 매각하는 과정에 비상식적인 거래를 중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수석과 진 검사장의 비리 의혹은 모두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서슬퍼런 권력에 숨죽이던 이들 기업은 전모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제대로 항변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깊어가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진경준 검사장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넥슨 직원들이다. 넥슨 직원들은 그동안 1위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게임산업을 이끌었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김정주 NXC 대표와 진 검사장과의 검은 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자괴감마저 들 정도로 의기소침한 상태다.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 상장 전 넥슨 지분을 무상으로 준 것은 보험 성격이 짙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이상의 의미를 갖는 투자였던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보험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공신인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나 정상원 넥슨 부사장에게는 단 한 주도 주지 않았다. 직원들 역시 그동안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같은 보상은 구경조차 못했다. 김 대표에게 넥슨 직원들은 "그저 일하는 개미에 불과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강남역 토지를 매입한 과정도 직원들에게는 개운치 않다. 당시 넥슨은 판교 사옥으로 이전이 확정된 상태였다. 주식, 고급 차량, 여행경비까지 제공한 것도 모자라 우 수석 처가와의 부동산거래 소식까지 들려오자 넥슨 사내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다.
회사 발전을 위해 일한 직원들보다 권력에 더 큰 보상(?)을 제공한 것에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 게시판에서는 "회의감이 든다" "회사가 창피하다" 등 넥슨 직원들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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