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윤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학생들이 사흘째 농성을 벌이며 대학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건물에서는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농성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업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으로, 이화여대는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 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해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을 던지며 반대 의사를 표하던 농성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과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28일 회의에 참석했던 평의원 교수와 교직원 6명이 본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30시간 이상 막고 있다.
경찰 측은 "어디까지나 학내 문제인 만큼 학생 측과 학교 측이 자체적으로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당장 경력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교수와 교직원을 못 나가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차후 감금 혐의 적용을 검토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평생교육원 신설로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정원은 200여명으로,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단과대 신설 소식을 접한 상당수 학생은 기존 학생과 신입생의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미래라이프대학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화여대의 '이름값'을 앞세워 '학위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총학생회 측은 "60명의 정원 조정이 조건이었던 1차 선정 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이 조건이 빠진 2차 선정 때에야 신청한 점,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사업이라는 점은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부합할뿐더러 다른 대학에도 고졸 직장인을 위한 전형이 이미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성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측은 먼저 학생들이 평의원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학생들은 면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 대화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윤정 인턴기자 singa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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