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해킹 희망" 발언 논란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연일 등장하는 ‘슈퍼헤비급’ 연사로 바람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전당대회 3일째인 27일(현지시간) 하루 만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물론이고 팀 케인 부통령 지명자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모두 연단에 올랐다. 이들 ‘빅 4’의 중량감만으로도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가 꽉 찼고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뛰어난 연설가로 인정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 힐러리만한 사람은 없다”며 ‘힐러리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뛰어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국가적 위기와 중요 결정을 내리는 순간마다 함께 했다면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후보의 풍부한 국정 경험과 자질을 부각하면서 국정 운영 경험이 없고 즉흥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연설이었다.
한편 블룸버그 전 시장 연설도 이날 빅 이벤트로 기대를 모았다. 블룸버그 통신을 설립하며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그는 민주당을 떠나 뉴욕 시장을 3번이나 연임했다. 그는 올해 대선에서 유력한 제 3후보로 물망에 올랐을 만큼 민주, 공화당에 두루 지지기반을 갖고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내가 이자리에 나선 이유는 단 한가지 이유다. 다음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 돼야하기 때문"이라면서 "나와 함께 11월 대선에서 힐러리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사업가 출신답게 “트럼프가 성공한 비지니스맨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도대체 믿을 수 없다”며 직공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연일 당 안팎의 중량급 인산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첫째날인 지난 25일엔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연설이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음날엔 미국인들로부터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를 위한 찬조연설 하나만으로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 주 열렸던 공화당 전당대회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전직 대통령이나 대선후보가 단 한명도 참석도, 찬조 연설도 하지 않았다.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의 화끈한 승복 연설도 없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당 주류의 거부감 때문이다. 결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후보의 아들과 딸들을 주요 연사로 내세운 응급 처방을 내세워 ‘가족 전당대회’란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길 바란다는 발언하면서 새로운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이메일 해킹 의혹과 관려한 질문을 받고, "만약 그들(러시아)이 해킹을 했다면 아마도 그녀(클린턴)가 삭제한 3만3000개의 이메일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는 일부 멋진 것들도 있을 것이다. 두고 보자”면서 “러시아가 만약 내 기자회견을 듣고 있다면 사라진 이메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언론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에 나선 리언 파네타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럼프는 지금 러시아에 부탁해서 미국 정부과 미국의 대선후보를 해킹해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그는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클린턴 캠프 대변인인 브라이어 팰론도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가 지금 러시아에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초청하고 있다”면서 “선을 한참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도 DNC 이메일 해킹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거론되는 상황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당항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의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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